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남한과의 통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양측 관계를 명백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11월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 뜻도 분명히 했다.
3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5일 차 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과의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북남(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방대한 쌍방 무력이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그 어떤 사소한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물리적 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확전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조선반도(한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고 짚은 뒤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화해와 통일'을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고 남조선 것들과의 관계를 보다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했다.
이번 노동당 전체회의는 지난 12월 26일부터 시작, 30일 마무리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과학기술부문에서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 강화된 해"라고 2023년을 평가한 뒤 "제일 자부할 만한 과학기술성과는 우주과학기술분야에서 이룩되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궤도 진입은 물론 지난 3월 전술핵탄두 공개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지혜와 기술로 기어이 우주를 정복할 필사의 각오로 달라붙어 거듭되는 실패를 딛고 일어나 끝끝내 정찰위성발사를 성공시키는 경이적인 사변을 안아왔다"고 치하했다.
북한은 추가 군사정찰위성 발사도 예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우주개발부문에서 2023년에 첫 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쏴 올려 운용하고 있는 경험에 기초하여 2024년에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쏴 올릴 데 대한 과업이 천명되었다"며 "우주과학기술발전을 힘 있게 추동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대책들이 강구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