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차질로 자금난에 시달려온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최상목 부총리가 필요시 85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조치를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의존도가 높은 하도급사엔 채무 상환 유예나 금리 감면 혜택도 줄 방침이다. 금융감독원도 협력사에 대한 과도한 자금 회수는 자제해 줄 것을 전 금융권에 주문했다.
정부의 행보는 태영발 PF 위기가 다른 건설사의 줄도산과 금융권 전체 리스크로 확산되는 걸 막고 시장 불안감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PF 사업은 부동산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3,000곳 넘게 추진됐다. 이런 사업장에 빌려 준 자금이 135조 원 안팎이다. 그러나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최근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이미 연체율은 2.4%, 잔액 기준 3조 원도 넘었다. 건설업계의 하도급 구조상 작은 파장도 도미노 부도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 과정이 무작정 퍼주기식 지원으로 흐르는 건 경계해야 한다. 사업성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PF를 일으켜 부실을 키운 책임은 해당 사업자와 금융사가 가장 많이 지는 게 상식이다. 대주주 희생도 없는데 무분별한 지원으로 이미 정리돼야 할 부실 사업장까지 연명시키는 건 오히려 상처가 깊어질 시간만 줄 뿐이다. 옥석도 가리지 않은 채 '좀비 사업장'까지 살리면 시장 원리에 따른 원활한 사업 진행을 막아 결국 주택 공급난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증권사의 3분기 PF 연체율은 무려 13.8%를 기록,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은행도 내년 부동산 PF와 관련한 유동성·신용 리스크를 우려할 정도다. 연착륙을 유도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일부 악성 사업장에 대한 단호하고 선제적인 조치는 불가피하다. 협력업체들과 분양 계약자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철저하고 정교한 옥석 가리기로 PF 부실이 더 큰 구조적 위기로 확산되는 걸 막아야 할 숙제가 새 경제팀에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