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관련 의혹을 세간에 알렸던 현직 교사가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됐던 학부모가 누리꾼을 무더기 고소한 사건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서이초 사건을 공론화하려 했던 교사에게도 불똥이 튄 것이다.
29일 경기교사노조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전날 초등교사 A씨를 서이초 학부모 B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피의자(피고소인) 신분인 A씨에게 학부모 비방 목적으로 글을 올렸는지, 글 내용을 사실로 믿었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번 조사는 B씨가 올해 9월 서이초 사건에 관한 글을 남긴 누리꾼 26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와 형법상 모욕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하면서 비롯했다. 서이초 사건을 내사했던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14일 내사 종결을 발표한 뒤 B씨 고소 사건을 피고소인 주거지 관할서로 이첩한 상태다.
B씨는 당초 고인의 사망 동기로 거론됐던 이른바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로 알려졌다. 연필 사건은 고인이 숨지기 엿새 전인 올해 7월 12일 고인 담임반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이다. 서초경찰서는 내사 종결 발표 당시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고인을 괴롭히거나 폭언·협박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보가 고소장 내용을 확인한 결과, B씨 측은 "피고소인들은 서이초 교사가 숨진 이유가 악성 민원 탓이란 의혹을 제기한 추측성 기사만 보고 마치 사실인 양 고소인(B씨) 등이 교사에게 갑질하고 폭언을 퍼부었다는 허위글을 게시해 고통받았다"며 엄벌을 요구했다.
A씨는 서이초의 고인 동료교사가 고인의 사망 전 학교 생활에 대해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올렸다는 글을 7월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시했다가 고소 대상이 됐다. A씨가 '서이초 동료교사가 쓴 글입니다. 사건 은폐 쉬쉬'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는 '4명의 금쪽이들과 툭하면 바로 전화해 난리 치는 학부모들이 있었음' '피해자 학부모가 폭언을 퍼부음'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이 B씨 고소 사건 수사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직사회는 또 한번 술렁이고 있다. B씨 측은 A씨 글에 대해 "이름 언급이 없었어도 고소인을 지칭한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 교사 커뮤니티에는 '누군지 특정되지 않는데 어떻게 명예가 훼손된다는 것이냐' '교사가 오히려 서이초 사건 역풍을 맞는다' 등 격앙된 반응의 글이 올라왔다.
A씨 변호인은 "경찰 조사에서 고소인이 누구인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교사가 학교에서 사망한 경위가 묻히면 안 된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 학부모를 비방할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