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식시장이 28일 마지막 거래를 끝으로 폐장했다. 올해도 여전한 고금리 공포 속 주가조작의 그림자가 국내 증시를 짓눌렀지만, 각종 테마주 투자 열풍이 변동성을 키우며 수차례 급등장세를 만들어 냈다.
1월 2,2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마지막 거래일 외국인과 기관 매수에 전날 대비 1.6% 오른 2,655.28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인 8월 1일(2,667.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회복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 대비 18.7% 올라 주요 27개 국가 중 상승률 1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25위였다.
올해 증시는 2차전지 등 테마주가 이끌었다. 올해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가 에코프로, 포스코홀딩스 등 배터리 관련주였을 정도다. 특히 기술성장 중심 코스닥시장에서 일반 전기전자 업종이 107.7% 상승하며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투자자 관심이 과열되면서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도 지난해 143건에서 올해 224건으로 껑충 뛰었다. 3, 4월에는 2차전지 관련 기업, 8월에는 초전도체 테마주, 연말엔 정치 테마주가 대거 포함됐다.
각종 사건·사고도 여의도 증권가를 휩쓸었다. 4월엔 ‘라덕연 사태’로 불리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8개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했고, 두 달 만에 이와 비슷한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재발하면서 시장이 출렁였다. 10월에는 코스피 상장 종목인 영풍제지가 급락하며 시세조종 혐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주가조작 세력이 키움증권의 미수거래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이 자진 사임하는 계기가 됐다.
‘공매도 전면 금지’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금지 첫날인 11월 6일 코스피가 전장 대비 무려 134.03포인트(5.66%) 급등하며 개장 이후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공매도 물량 청산을 위해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결과인데, 바로 다음 날 매물이 쏟아지며 다시 급격한 미끄럼을 탔다. 이에 코스닥시장에선 하루는 급등, 하루는 급락을 이유로 연이틀 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초반 혼란이 있었지만 하반기 증시가 ‘V자 반등’에 성공한 데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사와 함께 공매도 전면 금지가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 11월 이후 코스피는 15% 오르며 주요 7개국(G7) 및 아시아 국가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