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국회 통과...총선 앞두고 여야 격랑 속으로

입력
2023.12.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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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퇴장 속 대장동·김건희 특검 통과
특검 개시되면 총선 중 수사, 與 "총선용 악법"
거부권 수순, 공천 후 '반란표' 땐 수사 개시

'쌍특검'으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특검법)과 화천대유 50억 클럽 특별검사법(대장동 특검법)이 28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 100여 일을 앞두고 '김건희 특검'이 총선 정국을 뒤덮으면서 여야의 대치도 더 격화할 전망이다.

'대통령 탈당' 원천 차단한 특검 수정안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자동상정된 김건희 특검법 표결 절차에 들어가 민주당과 정의당 등 투표에 참여한 야당 의원 180명 전원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장동 특검법 역시 야당 의원 181명 전원 찬성으로 처리됐다. 쌍특검은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240일을 채워 이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날 처리된 두 건의 특검법은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172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수정안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 합류를 공식화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빠졌다. 김건희 특검은 추천 배제 대상을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에서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으로 확대해 일각에서 제기된 ‘윤 대통령 탈당→국민의힘 특검 추천’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또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 중에서는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에 특검 추천권을 부여해 민주당, 정의당만 특검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대장동 특검은 당초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이 특검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는데,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 중 ‘법률안을 발의했거나,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를 공동 제출한 의원이 소속한 정당’으로 대상을 더 좁혔다. 특검 추천권을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진보당에만 부여한 것이다. 수사 검사 수도 기존 10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

총선 영향 불가피, 국민의힘 "특검마저 선거에 이용"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처리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특검법 처리 규탄 대회를 갖고 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건희 특검법 반대토론자로 나선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김건희 여사에 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운데도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을 흠집 내서 총선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가장 공정하고 가장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특검마저도 정쟁과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3년 가까이 끌어온 검찰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대통령 배우자라는 위치를 감안할 때 독립적 지위의 특별검사를 임명해 엄정히 수사하고 그 진상을 신속히 규명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대통령 거부권 예고에 '재의' 수순… 여당 반란표 나올까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통령실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재의 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때 통과된다. 현재 재적 의원(298명)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의원 111명 전원이 출석해 반대하면 통과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재의 표결 시한이 없어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내부 분열을 기대하는 눈치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에서 공천 탈락자가 발생하면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9명 정도의 반란표만 나와도 특검법이 재의 표결을 통과할 수 있다. 재의 표결에서 처리된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장동 특검법은 임명 후 특검 준비기간 30일, 수사기간 150일이, 김건희 특검법은 준비기간 20일, 수사기간 70일이 부여된다.



박세인 기자
강진구 기자
나광현 기자
이다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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