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의 동력을 주는 게 연기였고, 지금 이 시점에서 (연기는) 내게 일기 같다. 일기장에 겹겹이 쌓인 걸 보고 지금까지 한 게 나쁘지 않다, 열심히 했다고 상을 주는 거라면 또 다른 일기를 잘 써나가고 싶다."
배우 이선균은 10월 7일 미국 한인 언론 '뉴스매거진 시카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다.
뉴스매거진 시카고는 이씨가 숨진 27일 유튜브 채널에 '나의 일기는… 숨진 이선균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공개했다. 이씨와의 인터뷰 마지막 부분을 4분 46초 분량의 영상으로 편집해 추모 메시지와 함께 내보냈다. 이씨는 10월 20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내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후 언론을 피했다.
인터뷰가 진행될 당시 이씨는 미국 제17회 아시안팝업시네마영화제에서 최우수 성취상을 받았다.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배우의 길을 걸어간 지 20여 년이 넘어가는데 처음 연기했을 때와 비교해 어떻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이씨는 "너무 잘됐다"며 특유의 밝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그 당시 생각하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을 경험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가고, 거기서 작품상을 받고,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박수를 받고, 꿈꾸는 것 같았다. 꿈에서 좋은 패키지 여행을 다닌 느낌이었다. 정말 용 됐다"고 답했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거를 굳이 하고 싶다고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고 한 작품, 한 작품 캐릭터 하나가 또 하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까 헛되이 하지 않고 감사히 여기면서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이선균 배우에게 연기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전에는 연기란 저한테 계속 주어지는 숙제라고 생각했다"며 "제가 계획적인 인간이 아니라서 예습이나 복습은 잘 안 하지만 저한테 주어진 숙제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굉장히 숙제만 잘해도 풍성해지고 커지지 않냐. (연기가) 그렇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제 삶의 동력과 양식을 주는 게 연기"라고 했다.
연기를 일기에 비유했던 이씨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이 매체는 "배우 이선균의 일기는 2023년 12월 27일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명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합니다"라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