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상 심사는 1년 동안 출간된 도서 중 무엇이 다른 것에 비해 더 낫고 모자란지를 권위자의 입장에서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동료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을 선물처럼 골라 차려놓는 일에 가깝다. 교양 부문 도서를 권할 때는 특히 그렇다. 우리의 관심사와 취향, 정치적 지향, 미의 감각, 과거의 인식, 현실에서 처한 삶의 조건과 방식, 미래의 전망과 상상은 제각기 다르다. 교양서는 바로 그렇게 다양한 애호심, 증언, 주장을 듬뿍 담고서 미지의 독자와 맞부딪쳐 보기를 열망하는 책이다. 우리의 앎과 생각이 서로를 깨뜨리는 가운데 얽혀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른 책들은 사실 '후보작'이라는 명목의 10권에 한정되지 않는다.
10권에 든 '장인과 닥나무가 함께 만든 역사' '조선의 과학기술사'와 '18세기의 세책사'는 학술적 주제에 깊이 천착해 관련 문헌을 해석하고 자료를 집대성하면서도, 전문가 집단에서만 통용되지 않게 일반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글쓰기를 실천하는 책들이다. 출판 산업이 위축되고 독서 대중이 감소하는 오늘날, 책의 재료와 유통의 역사성을 반성적으로 제고하는 책들이기도 하다.
'에이징 솔로' '돌봄과 작업' '장애시민 불복종' '공정감각' '시장으로 간 성폭력' '디지털 폭식 사회' 그리고 '각자도사 사회'는 동시대 한국 사회에서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불의와 고립이 팽배한 상황에서 어떻게 저항하고 공생할지, 행동의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책들이다.
'동물권력'을 최종 수상작으로 고른 까닭은 앞서 말했듯 우열이 아닌 다양성 증진의 기준에 따라서이다. 인간들이 이룬 문명과 인간들이 구성해 폭력과 사랑을 행하는 사회를 이야기하는 책들 가운데, 비인간적인 것을 더해 충돌과 연결이 더 복잡해지기를 바랐다. 예심 통과작 10권, 그중의 수상작 한 권, 더 나아가 올해 책을 쓰고 만든 모든 이들에게 축하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