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의 유행으로 성장기 초입부터 친구, 이웃과 거리를 두고 자라야 했던 어린이들에게는 관계를 맺거나 정리하는 일이 큰 걱정거리다. 고립된 그들의 심리적 어려움에 섬세하게 귀 기울여 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연대하면서 관계를 회복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서사가 필요하다.
김양미 동화집 '잘 헤어졌어'에는 다섯 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갑작스러운 관계의 변화나 이별의 순간 앞에서 당황한다. 뇌출혈을 겪으면서 어딘가 달라져버린 할머니를 보면서 언제까지나 한결같은 세계는 없으며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있음을 깨닫는다.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고 말해도 아무렇지 않은 마음이 드는 순간은 어떻게 찾아오는 것인지, 잘 헤어진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배운다. 전작들에서 가족의 재구성, 이사와 전학 등을 다뤄온 김양미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건강한 결별을 수용하면서 다음 우정을, 새로운 관계를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김효은 작가의 그림은 어린이의 쓸쓸한 내면을 조심스럽지만 아름답게 드러낸다.
'받침구조대'는 한글의 자음을 의인화하고 그들이 결성한 받침구조대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먹구름이 아기 새들의 시야를 가로막자 '리을'이 출동하여 '막아요'를 '맑아요'로 변화시키는 등 한글의 조성 원리를 활용한 재치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한글 공부의 큰 산인 받침 사용법을 일러주는 책이지만 서사에 그보다 더 큰 매력이 있다. 독자는 위기에 놓일수록 힘을 모아야 하며 아무리 작은 글자도 귀한 쓰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최근 한글을 기호나 이미지로 변주하는 그림책이 늘어나는 가운데, 독창적 기획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두 권 모두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공동수상작을 내기로 결정하였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더불어 예심에서 선정된 열 권의 책들도 올해의 책으로서 고르게 탁월한 작품들이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