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이 사망하면서 이씨의 사적 통화 내용 등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 수사 상황과 무관한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확대 재생산하면서 이씨를 극단적 상황까지 내몬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선영 MBC 아나운서는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고 이선균씨 죽음과 관련해 고인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나는 KBS의 그 단독 보도를 짚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유흥업소 실장이라는 모씨와의 통화에서 오고 간 은밀한 대화. 고인의 행동을 개별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겠다"면서 "하지만 그 보도가 어떤 사람의 인생을 난도하는 것 외에 어떤 보도 가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KBS는 지난달 24일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 A씨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둘 사이에서 오간 내밀한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마약 투약을 의심할 만한 대화 내용이 일부 있었지만 이와 무관하게 두 사람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도 여과 없이 나왔다. 이어 해당 보도 영상과 A씨의 실명과 사진 등을 짜깁기한 유튜브 영상들이 온라인상에서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통됐다. 한 유튜브 채널은 이씨 사망 전날인 26일 이씨와 A씨의 또 다른 녹취록을 선정적인 제목과 함께 공개했다. 해당 영상 조회 수는 현재 180만 회가 넘는다.
여야 의원들도 이씨의 녹취록을 공개한 KBS 보도를 문제 삼았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KBS는 범죄사실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없는 대화 내용을 유출하면서 고인이 생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모멸감을 느끼게 했던 것"이라며 "가짜뉴스나 온라인에서 마구잡이로 떠돌아다니는 개인 신상이나 사생활 관한 정보를 국가가 제대로 규제하지 않으면 안타까운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씨 관련 보도가 최근 2,872건에 달한다고 한다"며 "특히 언론이 이씨의 사생활을 무차별하게 폭로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마약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적 대화가 나왔는데 이게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KBS가 선정적 보도를 하고 있었다"며 "공영방송으로서 심각한 문제"라고 일침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KBS가 이씨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유튜브에 선정적인 제목과 함께 공개되면서 더 확산했다"며 "방통위원장으로서 KBS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김 후보자에 대해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김 후보자도 "뉴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챙겨 보고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게 옳다"고 규제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