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롤스로이스' 마약류 처방 의사 구속... 마취환자 성폭행 혐의도

입력
2023.12.27 21:07
"증거 인멸 우려" 법원 영장 발부

약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가 구속됐다. 그는 마취한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40대 의사 염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염씨는 이날 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오면서 사고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염씨는 8월 2일 롤스로이스 운전자인 신모(28)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성형외과에서 치료 목적 외의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씨는 프로포폴 처방 당일 압구정역 인근에서 고급 외제차인 롤스로이스를 몰다 인도로 돌진했고, 차에 치인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달 25일 끝내 숨졌다.

경찰은 염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그가 수면마취 상태의 여성 10여 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불법촬영한 정황 또한 포착했다. 이에 따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 등도 추가로 적용됐다.

염씨는 마약류 불법 처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병원 기록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그가 사건 당시 진료 기록을 치료 목적인 것처럼 거짓으로 기재했다가, 사고 소식을 접하고 기록을 삭제한 사실을 파악했다. 아울러 염씨는 교통사고 발생 후 의사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자신의 병원에서 추가로 의료행위를 한 혐의도 받는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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