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불출마'에 거세진 쇄신 요구… 이재명 "모든 길 열어놓겠다"

입력
2023.1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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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불출마 선언·불체포 포기 요구에
비명계 "이재명에 메시지" "우리 당 아픈 지점"
이재명도 "혁신과 통합 통해 길 열어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내년 4월 총선 불출마 선언 여파가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붙었다. 당 지도부는 한 위원장의 불출마를 두고 “혁신이 아니다”라며 평가절하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선 후퇴를 주장하는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쇄신과 통합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도 27일 “모든 길을 열어놓고 대화하고 함께 가야 한다”면서 호응의 수위를 조금 더 높였다.

한동훈 등장에 비명 압박, 이재명도 "통합 노력 중"

이날 인천공단소방서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은 야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할 선거”라며 “혁신과 통합을 통해 반드시 그 길을 열어야 한다. 이낙연 전 대표도 연락드리고 만나서 통합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발언 이후, 말을 아끼던 이 대표가 좀 더 진전된 의지를 보인 것은 당 안팎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 전 대표와 함께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해 온 ‘원칙과 상식’도 연말을 시한으로 못 박은 상황에서 여당의 선거를 이끌 대표가 선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게 이 대표를 수세로 몰아넣을 수 있는 분위기다.

비명계 의원들은 한 위원장 불출마 선언을 고리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이 대표에게 던지는 메시지”라며 “당대표직을 갖고 불출마를 하는 것은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통합비대위 구성을 위한 대표직 사퇴”라고 주장했다. 조응천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이 출마 안 하겠다고 하면서 방탄 민주당과 운동권 특권 세력, 개딸 전체주의 등을 언급해 우리 당의 아픈 지점을 그대로 꼬집었다"며 “혁신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비명계 의원들뿐 아니라 침묵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어른거리는 현실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에 이어 한 위원장 불출마까지 가시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국민의힘과 비교하면 당장 민주당이 이에 상응하는 쇄신책이라고 내놓을 만한 게 없이 선거는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송갑석(재선· 광주서갑) 의원은 "우리는 지금 통합과 분열의 갈림길에 위태롭게 서 있다"면서 "호남에서도 비명계이건, 친명계이건 특정 세력을 비토해야 한다는 여론은 소수고 통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한동훈은 혁신 아니다"라면서도 "보여줄 게 없다" 우려

물론 당내에선 한 위원장의 등장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기류도 여전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한 위원장이 들어온 것을 혁신으로 평가한다는 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책임감을 느끼고 사죄해야 할 사람이 비대위원장으로 온 것은 혁신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여당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민주당의 시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외부인사로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 위원장의 행보가 당장은 유권자들에게 참신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참신함만으로는 선거 때까지 버틸 수 없다”며 “(한 위원장에) 흔들리기보다 민주당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선거에 임해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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