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함을 자랑하는 해병대원들이지만 해상과 육지의 거친 지형을 오가는 장갑차를 탄 병사들은 남모를 고통을 호소한다. 원인은 바로 심한 멀미.
미국 해군대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시간 동안 장갑차를 타고 이동한 장병의 약 25%가 멀미 반응을 보였으며 2시간 탑승할 때 장병 40%가 극심한 멀미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갑차로 이동해서 상륙한 후에는 이동 능력이나 사격 수준, 소통 능력도 눈에 띄게 떨어져 멀미는 실제 작전 수행에 큰 장애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현대모비스와 해병대가 힘을 모으기로 했다. 장갑차에 멀미를 줄여줄 수 있는 신기술을 적용해 전투 수행 능력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대한민국 해병대와 '멀미 저감 기술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진행된 체결식에는 이승환 현대모비스 선행연구섹터장과 박승일 해병대사령부 전력기획실장 등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협력을 통해 차량용 헬스케어 신기술을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에 넣을 예정이다. 이 기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멀미 저감 통합 솔루션'으로 구현된다. 구체적으로 장갑차에는 탑승자 모두가 앉은 자리에서 주행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되고 실내 온도·습도를 제어하며 차가운 바람으로 탑승객을 안정시켜주는 공조 기능도 담는다.
이 기능들은 실시간으로 장병의 신체 상태에 맞춰 조절된다. 장갑차 탑승자의 자세와 심박, 뇌파 등의 정보를 센서로 수집해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등의 상태를 측정하고 이에 적절하게 자극을 조절해서 멀미를 일으키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활용해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상륙돌격장갑차에서 멀미 저감 기술을 운용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해병대와 공동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실제 전투 훈련에 투입되는 장갑차에 적용하고 멀미 유발 요인까지 체계적으로 분석해 기술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 기술은 자율주행차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해병대가 경험하는 극한 환경에 적용해 기술을 고도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고도화된 기술이 해양과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운송 수단에도 적용돼 이용자가 어떤 환경에서든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