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인 구글과 애플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 안에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인데, 일본 소비자 입장에선 앱 구매 비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유통·결제 △검색 서비스 △웹 브라우저 △운영체제(OS) 등 4가지 분야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 중이다.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 탓에 일본 업체들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걸 사전에 막고, 업체 간 경쟁을 촉진하려는 조치다. 법 적용 대상 기업은 매출액과 이용자 수 등 여러 지표를 고려해 지정할 계획인데, 사실상 구글과 애플을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닛케이는 "일본 업체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며, (규제 대상은) 구글과 애플 등 거대 기업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결제 수수료 인하로 앱 구매 비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 공정위는 앱을 구입하고 결제할 때 다른 회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OS 사양을 변경할 경우 사전에 알리는 내용을 법안에 담을 계획이다. 구글과 애플이 앱 유통과 결제 시장에서 다른 회사 진입을 막는 방식으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판단에서다. 닛케이는 "외부 앱 마켓을 통한 결제가 허용되면 일본 게임 회사가 아이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게임 전용 마켓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며 "결제 수수료가 낮은 일본계 핀테크 기업 시스템을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일본 공정위는 또 구글 검색 엔진과 구글·애플 웹 브라우저가 자사에 유리하게 작동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구글로 식당 예약 사이트를 검색할 경우 구글이 운영하는 서비스가 상위에 노출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법을 위반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기존 독점금지법을 참고할 경우 '위반 행위로 얻은 매출액의 6%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공정위는 앞서 2월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OS시장 과점을 바탕으로 일부 앱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등 독점금지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구글이 스마트폰 업체들에 자사 검색 앱을 스마트폰 화면의 좋은 위치에 배치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들도 거대 IT 기업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애플, 아마존 등 일정 규모 사업자를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