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생태계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입력
2023.1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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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경쟁제한 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으로 소상공인과 민생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는 취임 초기 시장 경쟁을 강조하며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했으나, 최근 들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과 사회적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규제 강화로 선회하고 있다. 과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은 어떤 효과를 불러올까.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는 국내 플랫폼 시장의 점유율 집중으로 인해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후생이 저해된다는 지적에서 비롯된다. 또한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는 혐오 표현 확산, 개인정보 침해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된다. 대형 플랫폼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는 소상공인들이 겪는 수수료 부담도 이슈로 지적된다.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은 시장별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고, 플랫폼에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 사전규제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과 유사하다. EU의 DMA는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의 글로벌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지난 5월 적용이 시작되어 법안 도입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규제이다.

게다가 사전 규제 방식은 혁신과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속성상 고객 피드백에 기초하여 지속적 서비스 개선과정을 거치면서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다. 그런데 사전에 법에서 정해놓은 방식대로 서비스해야 한다면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데 제한이 따른다. 결국 이런 규제는 자율성을 훼손하고 혁신을 방해하여 스타트업들이 망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예전에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유튜브보다 국내 스타트업 판도라TV가 앞서가던 시절이 있었다. 정부 당국에서 불법 영상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이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 결과, 영상을 올리던 사람들이 유튜브로 옮겨갔다. 서버가 해외에 있던 유튜브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소비자들도 유튜브로 옮겨갔고 판도라TV는 몰락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커지면 당연히 사회에 책임이 커지고 법도 잘 지켜야 된다. 그런데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 규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규제의 비용 대비 효용은 어떠한지 잘 따져보지 않고 추진한다면 투자와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 온라인 시장의 변화는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