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막는다'... 연봉 5000만 원 주담대 한도 3.3억→2.8억

입력
2023.1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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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단계적 '스트레스 DSR' 적용
5년 새 최고금리와 현재금리 차 가산
25년부터 대출한도 6~16% 줄어든다

정부가 대출 한도를 크게 줄이는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안을 내놨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준다'는 원칙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한층 더 강하게 적용한 결과다. 새 규제가 제대로 시행되는 2025년부터는 기존과 비교해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최대 16%까지 줄어든다. '영끌'이 한층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년 금융권 취급 대출에 '스트레스 DSR' 제도를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가 올라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까지 감안해 DSR 계산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붙이는 방식이다. DSR이 은행권 40%, 비은행권 50%로 고정된 상태에서 적용 금리가 높아진다는 건 원금, 즉 대출 전체 규모가 작아진다는 뜻이다.

5년 최고 금리-현재 금리=스트레스 금리

스트레스 금리는 연 2회(6·12월) 산정한다. '과거 5년 내 가장 높았던 수준의 가계대출 금리'와 현시점(5·11월 기준) 금리 차이가 기본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가 된다. 기준은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가계대출 신규취급 가중평균금리다. 예컨대 5년 내 최고 금리가 6%였고 지난달 가계대출 금리가 4%였다면, 두 숫자의 차이인 2%포인트가 스트레스 금리다. 단, 하한선은 1.5%포인트, 상한선은 3.0%포인트다.

여기서 변동금리 대출은 두 금리 차이를 그대로 가산금리에 적용하지만, 고정금리 성격이 섞여 있는 혼합형·주기형 대출은 보다 완화한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가령 7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대출의 경우 두 금리 차이의 60%인 1.2%포인트만 가산금리로 붙이면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혼합형·주기형 대출은 차주가 부담하는 금리 변동 위험이 낮기 때문에 스트레스 금리도 낮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은 잔액이 1억 원을 초과하면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 고정금리 기간에 따라 스트레스 금리를 달리 부과하는데, 5년 이상이면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지 않고 3~5년이면 스트레스 금리의 60%만 적용한다. 그 외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1.5~3%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붙는다.

최대 대출액 6~16% 줄어들 듯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빌릴 수 있는 대출액이 6~16%가량 줄어든다. 연봉이 5,000만 원인 차주가 은행에서 금리 연 4.5%로 30년 만기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변동금리형으로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대출 한도는 3억3,000만 원이다. 그러나 여기에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한도는 2억8,000만 원으로 낮아진다. 과거 5년간 최고 금리(5.64%)와 최근 금리(11월 5.04%)의 차이(0.6%포인트) 대신 하한선인 1.5%포인트를 가산금리로 붙이면, DSR 계산에 적용되는 금리가 6%로 오르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에서 연봉이 1억 원인 사람은 한도가 6억6,000만 원에서 5억6,000만 원으로 1억 원이나 줄어든다.

정부는 규제 연착륙을 위해 단계별로 적용 대상과 적용 수준을 넓혀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의 25%만, 하반기에는 50%만 적용한다. 연봉 5,000만 원인 차주의 대출이라면 한도는 내년 상반기 3억1,500만 원, 하반기에는 3억 원으로 낮아진다. 2025년부터는 스트레스 DSR 제도가 온전히 시행된다. 기존 대출을 증액 없이 연장하는 경우 내년엔 규제 적용이 유예되지만, 내후년부터는 예외 없이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

당장 내년 2월 26일부터 은행권 주담대에 대해 우선 시행된다. 내년 6월 중 은행권 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까지 적용이 확대되고, 이후 하반기 기타대출까지 범위가 넓어질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DSR 자체가 상환 능력을 감안하는 장치지만, 현재는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과도한 가계대출 확대를 방지하고, 고정금리 비중을 높여 가계부채를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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