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의 승패를 가를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이 임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 의원들의 압박에 맞서 중립적 외부 인사가 절실하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결이 같은 법조인 출신을 내세울 경우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민주당은 공관위원장 후보로 복수의 인사를 추천한 상태다. 이번 주 인선을 마칠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최근 당내·외 상황을 반영해 후보군 모두를 외부 인사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정치경력이 없는 외부 인사로 선임한다면,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후 12년 만이다.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은 '이재명 사당'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다. 이에 계파색이 없는 중립적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이 '공천 잡음'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고 비명계 의원들도 줄곧 '이 대표 사퇴 후 통합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는 만큼, 최대공약수를 찾으려면 공관위원장을 외부에서 중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를 포함해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도 변수다. 민주당은 '윤심 비대위'라며 깎아내리면서도 속으로는 여당 비대위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친명계 지도부 의원은 "국민의힘은 뭐라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치인 공관위원장을 데려와서 적당히 각 계파를 대변하는 '나눠 먹기' 공천의 모습은 구태 중의 구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관위원장이 정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당 지도부의 의중이 강하게 투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도 외부 인사였지만 친명계의 주장을 옹호하면서 오히려 당내 계파갈등만 더 키웠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법조인'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당 관계자는 "공관위원장에 법조계 인사가 오는 것 자체는 어색한 일이 아니다"라며 "공관위원장은 공평무사하게 인선해야 하는 총책임자인데, 여기에 가장 숙달된 사람은 법조인"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기현 전 대표 지도부에서도 이명재 전 검찰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의 법조계 인사를 공관위원장 후보로 검토한 바 있다.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위원장이 총선 국면을 원활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관위원장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때문에 '이심전심'으로 통할 법조인 출신을 앉히면 강점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적어도 지난 21대 총선 당시 매번 부딪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공천 갈등'과 유사한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모두 검사 출신인 상황에서 공관위원장마저 검사나 법조인 경력 인사로 채울 경우 '검찰 공화국'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자타공인 좋은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법조계 인사가 자꾸 당에 쌓이는 건 좋지 않다"며 "일장일단을 모두 고려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