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700억 대작 '경성크리처', 호불호 갈리는 까닭

입력
2023.12.28 09:55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파트1 향한 갑론을박
시대의 아픔 조명했다는 강점 존재

배우 한소희 박서준이 주연을 맡은 '경성크리처'가 베일을 벗었다. 그런데 무려 7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넷플릭스 대작임에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이 존재한다. 왜일까.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토브리그'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강은경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파트1과 2로 나눠 공개된다.

극중 경성 최고의 자산가 장태상(박서준)과 토두꾼 윤채옥(한소희)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옹성병원에 들어갔다가 예상치 못하게 괴물과의 사투를 벌인다. 장태상은 전당포 금옥당을 일궈낸 사업가지만 권준택(위화준)과 다르게 조선의 독립에 관심이 없다. 이시카와의 애첩 명자를 찾기 위해 옹성병원에 들어갔다가 계획에 없었던 조선인들을 구하게 된다. 특히 장태상은 윤채옥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윤채옥이 엄마를 찾는 것을 돕는다.

K-크리처라는 말이 대두될 정도로 국내에서 다양한 크리처 물이 등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부산행' 등이 매력적인 이야기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사로잡았다. 자연스럽게 '경성크리처'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개 직후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먼저 스토리라인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평면적인 두 주인공은 다음 행동이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일관적이다.

극 중 윤채옥이 긴 시간 찾아 헤맨 어머니인 최성심은 일련의 사연으로 옹성병원에 감금됐고 일본군의 임상 실험으로 괴물이 되고 만다. 앵글은 최성심, 그리고 괴물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꾸준히 강조하는데 진부한 전개라는 인상만 남긴다. 파트1에서 윤채옥이 괴물과 마주하지만 알아보지 못했고 이는 파트2에서 문제의 목걸이로 정체를 알게 되리라는 예측이 쉽게 이어진다. 복선과 암시가 너무 강하게 부각되면 오히려 몰입감은 떨어진다.

숏·미드폼이 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경성크리처'는 한 회당 약 60분 이상의 긴 전개를 선보인다. 하지만 산만한 전개나 매력이 부족한 캐릭터들로 인해 "지루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박서준과 한소희의 열연에도 '경성크리처'에 매료되지 못하는 이유다. 중간중간 삽입된 유머 코드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장점도 있다. 막대한 제작비는 시대적 배경 구현에 톡톡히 사용됐다. 화려한 본정거리와 금옥당, 옹성병원과 지하감옥 등은 실제 40년대 사진과 문헌들을 참고해 실제 사이즈와 스케일대로 재현됐다. 옹성병원의 경우 극의 긴장감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공간을 만들었다.

시대의 아픔을 다룬다는 것도 '경성크리처'의 무기다. 글로벌 OTT로 공개된 만큼 전 세계에 우리 민족이 받았던 핍박과 상처를 전한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한소희의 SNS에서 벌어진 갑론을박을 떠올리게 만든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 한소희는 자신의 SNS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올리면서 "경성의 낭만이 아닌, 일제강점기 크리처가 아닌, 인간을 수단화한 실험 속에 태어난 괴물과 맞서는 찬란하고도 어두웠던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 서로서로 사랑으로 품어야만 단단해질 수 있었던 그해 봄"이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이후 팬들의 응원 속에서 일부 일본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경성크리처'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일본군의 생체실험 기록이 실제 존재함에도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인으로서는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솔직히 이 코멘트는 팬으로서 많이 슬퍼졌다"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반일이라고 봐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러한 댓글들을 통해 일제강점기 시절의 고통과 아픔을 조명한 '경성크리처'가 우리의 역사를 널리 알리고 있다는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경성크리처'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내년 1월 5일 공개되는 파트2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인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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