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0억 원 규모였던 우리나라 동물호보 및 복지를 위한 중앙정부 예산이 2024년에는 약간 확대 편성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앙정부 동물보호 및 복지 예산은 대부분 반려동물 인프라 구축, 유기동물보호센터와 길고양이 중성화에 사용된다.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과 해외수출산업화 예산은 별도다. 동물복지축산 관련 예산은 10억 원 남짓이다. 해당 행정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 예산은 18조3,000억 원으로 확정되었으니 동물보호 및 복지에 할당된 0.1% 이하 수준이다. 이 예산은 적정한가?
2023년 동물보호에 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동물보호에 대한 중앙정부 예산(2022년 약 110억 원 기준)이 부족하다고 느낀 응답자는 약 30%, 예산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 그룹은 약 20%였다. 절반의 시민은 이 예산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 600만 마리의 반려동물(개와 고양이), 약 400만 마리의 소와 1,100만 마리의 돼지, 1억 마리의 육계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현재 편성된 예산은 의미 있는 예산으로 보기 어렵다. 나라예산토론회에 참석한 한 동물보호단체는 '전근대적인 국가예산'이라고 비판하며 '동물의 복지를 확보하는 선진국형 예산'으로 변경할 것으로 촉구했다.
유럽 국가의 동물복지 정책은 절대적으로 수가 많은 농장동물을 기반으로 한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동물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전략을 연구한 이콘웰페어(EconWelfare) 프로젝트는 각국의 동물복지 입법과 국민의식, 시장의 동물복지 친화 수준을 고려해서 정부와 시장, 그리고 축산농민 기반의 동물복지 정책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라고 권고한다. 관련 입법을 했다고 해도 적절한 예산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또한 이해당사자들의 역학 관계에 따라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모든 영역을 정부 정책이 담을 필요는 없다. 일부 동물보호 활동이나 동물복지 홍보와 정보제공은 오히려 민간영역의 활동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한 나라의 동물복지 정책은 그 나라에 살고 있는 동물이 누리게 되는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국가의 다른 정책분야와 경쟁해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에게는 동물복지에 대한 법적 기준과 정부 활동의 수준, 시장의 동물복지 인식, 기후변화 대응이나 동물복지 축산을 둘러싼 국제 시장 변화, 민관 협동으로 달성할 수 있는 동물복지 등을 포괄하는 정책 조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가 정책이 목표로 하는 동물복지 수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의미 있는 동물복지 예산은 과학적이고 전문성 있는 동물복지 정책을 기반으로 확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