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에 마약 섞어라"... '강남 마약음료' 사건 주범 국내 송환

입력
2023.12.26 16:30
20대 주범 5월 中 은신처에서 검거
보이스피싱 조직 중간책으로 활동
마약음료 제조·유포·협박 기획 총괄

올해 4월 서울 강남 학원가를 공포로 몰아넣은 '마약음료 유포' 사건을 총괄한 20대 한국인 남성이 중국에서 강제 송환됐다. 이 남성은 중국에 머무르며 국내외 조직원들에게 마약음료 제조와 배포, 협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26일 오후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주범 한국인 이모(26)씨를 송환했다고 밝혔다. 오후 4시쯤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씨는 경찰 호송차에 탑승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씨는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중간책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가족들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기 위해 중국에 간다"고 말한 뒤 출국했다. 중국 체류 중 이씨는 마약음료를 활용한 피싱 범죄를 계획하고 중학교 동창인 길모(25)씨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했다. 중국에서 거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업자도 구했다.

길씨는 이씨 지시에 따라 필로폰 10g을 '던지기 수법'으로 구해 우유와 섞은 마약음료 100병을 제조했다. 배포는 일용직에 맡겼다. 아르바이트생 4명은 4월 강남구 대치동 등지에서 마약음료를 "집중력 강화에 좋다"고 속여 미성년자 13명에게 나눠줬다. 이후 전화사기 등을 맡은 일당은 피해자들을 협박해 2억5,000만 원을 갈취하고 돈을 중국에 있는 이씨 등에게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길씨와 아르바이트생 등 사건에 연루된 60명을 검거하고, 총책 격인 이씨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고, 중국 측과 공조 수사한 끝에 중국 공안이 5월 24일 지린성의 한 은신처에서 이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국내 송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0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경찰청장회의에서 중국 공안부 고위관계자에게 이씨의 신속한 송환을 당부했고, 이달 20일 중국 정부가 강제추방을 결정하면서 송환이 성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국과의 수사 공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