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출범을 계기로 정치권에 세대교체론이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서울 강남, 엘리트 검사 출신의 1973년생 한 전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 인선부터 참신함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등용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과거팔이만 하는 586 정당 민주당을 더 젊고 참신한 70, 80, 90년대생 789 정당이 심판하자"는 하태경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관련 송영길 전 대표 구속을 계기로 당내 주류인 86그룹에 대한 용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4년마다 '혁신'을 명분으로 세대교체를 외치는 모습은 전혀 새롭지 않다. 세대교체 수단으로 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현역 공천 배제 비율 확대, 청년·여성 배려 등을 주장하는 것도 총선 공천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그렇게 총선 때마다 의원정수 절반을 상대적으로 젊은 초선들로 바꿔왔지만 후진적인 정치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70, 80, 90년대생 의원은 54명(18%)이었다. 민주당에선 2021년 대선에 앞서 일부 80, 90년대생 의원들이 당에서 금기시돼 온 '조국 사태'를 공개 반성하며 주목받았다. 국민의힘에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 윤희숙 의원이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두각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70, 80, 90년대생 의원들의 모습은 어떤가. 다수가 총선 공천을 의식해 당 주류인 친윤석열계와 친이재명계 홍위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세대교체론이 여야 주류와 가까운 검찰과 97 운동권 출신들의 원내 진입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이유다.
이러한 보여주기식 세대교체만으로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혁신은 요원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유권자들도 더 이상 '세대교체'라는 정치구호에 쉽사리 반응하지 않는다. 여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정책과 정치로 풀어낼 수 있는 비전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는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