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8년 성심당맨도 처음 본 '케이크런'…'딸기시루'에 크리스마스 들썩

입력
2023.12.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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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시루 구매 대기, 세 시간도 감수
신선한 딸기·빵·크림 조합에 입소문
"바로 만든 게 맛있다는 기본 지켜"


24일 오전 10시 대전 은행동 성심당 본점에서 20m 떨어진 케이크 전문점 '성심당 케익부띠끄' 앞 대기 줄은 극성수기 놀이공원을 떠올릴 정도로 길고 꼬불꼬불했다. 성심당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22일 팔기 시작한 4만3,000원짜리 케이크 '딸기시루'를 사기 위해 몰려든 '케이크런' 인파다.


지난해 50개→올해 2600개, 인기 급상승



100m 떨어진 성심당문화원 주차장을 가득 메운 대기 행렬의 끝부터 케익부띠끄 입구까지 800명은 돼 보였다. 사람들은 영하의 날씨를 버티기 위해 귀마개, 장갑으로 무장하고 따듯한 커피, 어묵 국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손이 시려 스마트폰을 꺼내 보는 사람도 드물었지만 대기 줄은 길어만 갔다. 딸기시루의 인기를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척도인 중고 거래 가격은 대리 구매비를 포함, 8만 원에 달했다.

대기 줄 맨 뒤에 있던 김지은(26)씨는 "세 시간 정도 대기해야 하지만 딸기가 엄청 많이 들어 있어 참고 기다리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강봉형(28)씨는 오전 8시인 영업 개시 전부터 줄을 서 두 시간 반 만에 딸기시루를 구했다. 그는 "이걸 사려고 대전 여행을 계획했는데 기분 좋다"고 웃었다.

성심당이 딸기시루를 처음 선보인 건 2021년 1월. 한 입 먹었을 때 부드럽게 베이는 일반 케이크와 달리 시루떡처럼 쫄깃한 식감을 내는 데 초점을 뒀다. 초코빵, 초코크림 조합에 듬뿍 넣은 제철 딸기도 다른 제품과 차별화한 부분이었다.

출시 초반엔 딸기시루를 찾는 사람이 없는 날도 있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도 50개 정도만 팔렸다. 하지만 올해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더니 관심도가 달라졌다. 딸기가 나지 않아 진열대에서 빠진 4월부턴 고객들의 판매 일정 문의가 성심당에 잇따랐다.




성심당이 수요를 반영해 이번에 현장 판매로 준비한 딸기시루는 22·25일 500개, 23·24일 1,000개씩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22일 1,700개, 23일 2,600개 팔리는 등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성심당이 23일 정오부터 1인 구매 수량을 2개에서 1개로 제한했으나 이날 판매량도 2,000개를 웃돌 전망이다.



가성비+신선도 챙긴 딸기시루



딸기시루의 강점은 무엇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비)다. 중량 2.3kg에 딸기만 1kg 들어갔다는 게 성심당 설명이다. 딸기는 직계약한 충남 논산, 전북 무주의 농장 두 곳에서 '밭떼기'로 몽땅 공급받는다. 10만 원을 웃돌기도 하는 호텔 딸기케이크와 비교하면 딸기시루는 가격 부담이 훨씬 적다.

신선도도 딸기시루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성심당은 저온의 공기를 주입했을 때 가장 맛있는 크림을 만들기 위해 생산·보관 온도를 5도로 유지하고 있다. 크림과 거꾸로 차가운 공기에 약한 빵은 빠른 회전율 덕분에 냉장 보관 시간을 최소화해 맛을 높였다.

안종섭(56) 성심당 케익부띠끄 총괄이사는 "성심당에서 근무한 지 38년 동안 이런 대기는 처음"이라며 "제조 직후의 빵과 크림, 제철 딸기를 가득 넣어 만든 딸기시루는 바로 만든 상품이 가장 맛있다는 케이크의 기본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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