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에게 부통령 러닝메이트 자리를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들머리인 뉴햄프셔주(州)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이내까지 줄였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헤일리의 상승세가 트럼프의 관심을 끌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헤일리 전 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는 방안을 주변 참모와 상의했다고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측근 인사 몇 명에게 “니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다녔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헤일리 전 대사를 신경 쓰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정황은 또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는 슈퍼팩(미국의 정치자금 기부단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지난 19일 유류세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를 뒤집었다며 헤일리 전 대사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TV광고를 뉴햄프셔주에서 내보냈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측이 헤일리를 겨냥해 TV광고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TV토론 선전으로 끌어올린 지지율을 토대로 자금력·조직력까지 보강하며 당내 ‘비(非)트럼프’ 세력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헤일리 전 대사의 기세는 뉴햄프셔에서 특히 무섭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아메리칸리서치그룹이 14~20일 뉴햄프셔주 공화당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결과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은 각각 33%와 29%였다. 차이가 오차범위(±4%포인트) 이내로 들어온 것이다.
뉴햄프셔는 경선 초반 승부처로 꼽힌다. 내년 1월 23일 당원이 아닌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 형태의 경선이 이곳에서 맨 먼저 치러지는데, 같은 달 15일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와 더불어 결과가 좋으면 기선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또 하나의 사기”라며 조사 결과를 폄하했다.
최근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주장해 논란을 부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보수 성향 라디오 호스트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혐오 발언을 되풀이했다. 1925년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독일인의 피가 유대인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고 쓴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비교된 데 대해서도 그는 “히틀러 저서를 읽지 않아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