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의 호수' 더 거머쥔 미국… 북유럽 국가들과 '릴레이 방위협정'

입력
2023.1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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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에만 6개국 체결… 발트해 장악력↑

미국과 북유럽 국가들 간 '군사적 밀착'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12월에만 스웨덴과 핀란드, 덴마크,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6개국이 미국과 방위협정을 새로 맺거나 갱신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상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6개 방위협정의 골자는 '미국이 해당 국가의 군사 시설에 접근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미국은 핀란드·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또는 신청으로 거머쥔 발트해 장악력을 더 높이게 됐다. 러시아로선 미국을 코앞에서 마주하게 된 셈이다.

북유럽 국가들, 줄줄이 미국 안보 우산 속으로

미국은 스웨덴과 5일(현지시간), 핀란드와 18일, 덴마크와는 19일 각각 다년간의 방위협정을 맺었다. 발트 3국은 미국과의 기존 방위협정을 22일 갱신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와 관련, "6개 방위협정 핵심은 미군이 해당 국가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비상시 인력과 장비를 신속히 배치하기 위해 관료적 절차를 완화하는 데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미국과 새로 방위협정을 체결한 북유럽 3개국은 러시아엔 상당히 위협적이다. 앞으로 미국은 핀란드 내 15개 군사 기지에서 병력 배치, 물자 저장, 공동 훈련 등을 전개할 수 있게 됐는데, 핀란드와 약 1,340㎞의 국경을 맞댄 러시아로선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1과의 인터뷰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지역에 신규 군대를 창설하고 군사력을 집중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북서쪽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핀란드 국경과 약 160㎞ 떨어져 있다.

스웨덴, 나토 가입 안 됐지만 한 발짝 더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낸 스웨덴도 튀르키예의 반대 등으로 아직 회원국이 되진 못했지만, 이번 방위협정을 발판 삼아 나토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스웨덴 내 군사 시설 17곳에 대한 접근·사용 권한을 얻게 됐다. 고틀랜드섬 내 군사 시설이 특히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틀랜드섬은 발트해 중앙에 위치해 러시아의 군사 활동을 감시·저지하기에 용이한 전략적 요충지다.

덴마크는 1953년 이후 처음으로 자국 내에서 동맹국의 군사 활동을 허용했다. 발트 3국과의 방위협정엔 나토 군대 추가 배치 계획, 우크라이나군 훈련, 사이버 협력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일련의 방위협정에 대해 찰리 살로니우스 파스테르나크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지역 전체가 미국에는 하나의 방어 지역이 된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평가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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