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목숨까지… ‘한랭 질환’, 응급실 가야할 때는?

입력
2023.1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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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체온·의식 저하되면 재빨리 119에 전화해 응급실 찾아야

강력한 북극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발령되는 등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저체온증과 동상(凍傷)ㆍ동창(凍瘡) 등 ‘한랭 질환’이 크게 늘어난다. 한랭 질환으로 지난해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447명, 사망한 사람은 12명에 이른다. 한랭 질환은 바깥에서만 걸리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집 안에서 한랭 질환에 노출된 사람도 20%나 된다.

◇35도 이하로 체온 떨어지면 ‘저체온증’

저체온증(hypothermia)은 중심 체온(심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경증 저체온증은 심부 체온이 33~35도일 때를 말한다. 떨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피부에 ‘닭살’로 불리는 털세움근(기모근) 수축 현상이 생긴다. 피부 혈관이 수축해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푸른색을 띤다. 기면(嗜眠) 상태에 빠지거나 자꾸 잠자려고 하고 발음이 부정확해지기도 한다. 중심을 잘 못 잡고 쓰러지거나 외부 자극에 무반응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중등도 저체온증은 심부 체온이 29~32도일 때를 말한다. 의식이 더 나빠져 혼수상태에 빠지고, 심장박동과 호흡이 느려진다. 근육 떨림은 멈추고 뻣뻣해지며 동공이 확장되기도 한다.

심부 체온이 28도 이하로 떨어지면 중증 저체온증으로 심실세동(心室細動·ventricular fibrillation)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不整脈)이 생겨 심정지가 되거나,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고 정상적인 각막 반사나 통증 반사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 심실세동은 심장 심실이 1분에 350~600회 정도 수축함으로 떨리기만 하고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지 못하는 상태다.

박준범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몸이 차가워지고 의식이 떨어지고는 술 취한 것처럼 행동하고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저체온증 증상이 나타나면 재빨리 119에 전화해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병원에 오기 전까지 가능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의식이 명료하면 달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영상 5~10도 가벼운 추위에도 ‘동창’ 발생

저체온증 외에도 주의해야 할 한랭 질환이 동창과 동상이다. 동창은 영상 5~10도의 가벼운 추위에도 나타난다. 초기엔 증상이 없다가 점차 작열감과 함께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려워지는 등 염증이 나타난다. 심하면 물집·궤양 등이 생길 수 있다.

동상은 피부 조직 속 수분이 얼어 세포막이 파괴된 상태로 영하 2~10도의 심한 추위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손·발·귀·코 등에 주로 나타난다. 초기에 가려움과 함께 홍반(紅斑)을 띠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창백해지고 무감각해지는 증상이 생긴다. 동상은 동창과 달리 심해지면 조직이 죽고 피부가 검게 변하는 ‘조직 괴사’가 생긴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요즘같이 눈이 동반되는 날씨에 눈을 밟아 신발이 젖으면 발에 쉽게 동상·동창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손과 발을 절단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동상·동창이 의심되면 젖은 옷이나 신발은 벗고 마른 옷과 신발을 착용한 후 바람 노출을 막고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동상이라면 38~42도의 따뜻한 물에 붉은 기가 돌아올 때까지 20∼40분간 담그는 게 좋다. 응급 처치 후에도 촉감이나 피부색 등이 돌아오지 않으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이재희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갑자기 강한 한파가 닥치면서 노인·영유아·기저 질환자는 체온 유지, 혈액순환 등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며 “저체온증이나 동상·동창이 의심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극심한 가슴 통증, 심근경색 신호일 수도

기온이 낮아지고 실내ㆍ외 온도 차가 커지면 혈관이 수축한다. 그러면 혈압이 올라가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될 수 있다. 고무 호스가 좁아지면 수압이 오르다가 호스가 터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증상이 뇌에서 생기면 뇌졸중이 된다. 한쪽 팔다리 마비, 감각 이상, 발음 장애, 언어 장애, 안면 마비, 어지럼증, 극심한 두통 등이 나타난다.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될 수 없어 초기 응급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증상 발생 후 최소한 4시간 30분 이내 혈전을 녹여 주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를 투여해야 한다. 따라서 뇌졸중 의심 환자가 생기면 즉시 119에 전화해 ‘골든 타임’ 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 심혈관 질환인 심근경색은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2%포인트씩 늘어나며, 특히 겨울에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 10% 정도 높아진다. 대부분의 심근경색 환자는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명치가 아프다거나, 소화되지 않거나, 속이 쓰리다.

방사통(放射痛·통증이 어깨나 팔다리 등 쪽으로 뻗어 나가는 듯이 아픈 증상)을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실신하거나 심정지가 오기도 한다. 심근경색으로 심장이 멈췄을 때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채 4분이 경과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고, 10분이 넘으면 사망 가능성이 높다.

[한랭 질환 대비 예방 수칙](질병관리청)

1. 운동은 실내에서 가볍게 하기

2. 적절한 수분 섭취. 고른 영양분 갖춘 식사하기

3. 외출 전 체감 온도 확인

4. 실내 적정 온도 유지. 건조해지지 않게 유의

5. 외출 시 따뜻한 옷 입기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