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때 심해지는 안면홍조, 스테로이드만 바르다간…

입력
2023.12.23 07:34
[건강이 최고] 스테로이드 연고 탓 피부 얇아지고 증상 계속될 수도

찬바람이 불면 양볼이 발그스레 홍조를 띤 사람이 늘어난다. 볼을 생기있게 만들려고 화장한 사람도 있지만, 안면홍조증이 심한 사람도 있다.

안면홍조증은 단순히 얼굴이 붉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약간의 감정 변화나 온도 차에도 얼굴이 빨갛게 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될 때를 말한다. 특히 실내외 온도차가 많으면 더 심해진다.

피부는 혈관은 자율신경 조절을 받아 늘어나기도 오므라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긴장·흥분하거나 쌀쌀한 날씨에 외출했다가 집안에 들어왔을 때 혈관이 늘어난다. 혈관이 늘어나면 붉은 피가 많이 흐르므로 피부가 붉어지고 반면 혈관이 오므라들면 피가 줄면서 창백해진다.

최재은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 혈관은 늘어나고 좁아지는데 특히 양볼이 쉽게 붉어지는 것은 다른 부위보다 혈관 분포가 더 많고 잘 비치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피부 질환으로 여겨 전문의 처방 없이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사람이 있는데 오랫동안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피부 밑 혈관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자외선 노출·피부 질환·알코올·폐경 등 원인 다양

혈관이 늘어나는 원인은 자외선·피부 질환·알코올·폐경기 등 다양하다. 특히 만성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 혈관을 싸고 있는 탄력 섬유가 영구 손상돼 안면홍조증이 생길 수 있다.

간혹 20~30대 젊은이 가운데 ‘아직 젊으니까’라며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20대라면 어릴 때부터 최소한 20년간 얼굴 피부는 자외선에 노출된 상태다. 특히 어릴 땐 대부분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지 않고 주의를 하지 않으므로 피부와 피부 혈관의 탄력 섬유들은 어느 정도 손상돼 있는 상태이므로 바깥 활동을 할 때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술을 마셨을 때도 얼굴이 유독 빨개지는 사람이 있다.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하는 효소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술 외에도 홍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에는 발효성 식품이나 식품 첨가제 등이 있다. 뜨거운 음료나 매운 음식, 치즈나 초콜릿 등을 섭취 후 일시적으로 홍조가 생기기도 한다. 이 밖에 여성이 폐경됐을 때 얼굴이 쉽게 붉어질 수 있다.


◇혈관 레이저로 대부분 치료돼

안면홍조증에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법은 ‘혈관 레이저 치료법’이다. 혈관 레이저란 혈관에만 작용할 수 있는 단일 파장을 가진 레이저로서 혈색소에 흡수되는 레이저 파장을 방출하므로 혈관만 선택적으로 파괴한다. 레이저는 증상의 심한 정도나 부위, 개인차 등에 따라 다르지만 2~4주 간격으로 5번 안팎,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반복 시행한다. 시술 후 잠시 얼굴이 붉어지고 부을 수 있지만 1~2일 정도 지나면 가라앉고, 1~2주 안에 완전히 회복된다.

이 밖에 여드름 같은 원인 질환이 있으면 약물 치료로 원인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폐경기 여성에게 발생하는 안면홍조증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감소 때문이므로 호르몬 치료를 병행한다.

안면홍조증 환자는 평소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좋다. △외출 시 마스크나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막고 △혈관을 넓히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피부 보호를 위해 목욕이나 사우나는 장시간 하지 말고 △음주·흡연을 금하고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피하고 △자극적인 화장품이나 샤워용품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