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무기 융자 도우면 미국 금융망서 쫓겨난다… 중국 은행 겨눈 듯

입력
2023.12.23 08:00
바이든, 우크라이나 전쟁 중 첫 제3자 제재
러 군산복합체 제재 우회 물품 조달 차단용

앞으로 러시아의 무기 자금 융자를 돕는 금융기관은 국적이 어디든 미국 금융망에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한다. 핵심 표적은 중국 은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군수 금융 조력자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제재 권한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러시아 군산복합체를 지원하는 러시아 경제 부문에서 활동하다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회사 또는 개인 대신 중요한 거래를 촉진하거나, 러시아 군수산업 기반 관련 거래 수행·촉진 또는 서비스 제공을 한 경우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에서 “러시아 군산복합체에 연루된 해외 금융기관은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이번 행정명령은) 러시아의 불법 전쟁을 도우면 누구든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날 행정명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단행한 첫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2차 제재)’이다. 제2차 제재는 직접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제재 방식이다.

미국이 이를 도입한 것은 러시아 군산복합체가 제재를 우회해 전쟁 물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금융기관 대상 제재 강화 배경과 관련해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전화 브리핑에서 “대(對)러시아 제재와 수출 통제가 무기 제조에 필요한 기술과 물품에 접근하는 자국의 능력에 타격을 주자 러시아가 이런 물품을 대신 반입하는 조력자를 만들었다”며 “그들이 제3국 관할권에서 러시아로 물건을 옮기려면 금융 거래가 필수인 만큼 금융 시스템이 급소”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전쟁 기계 기어에 모래 넣겠다”

이번 조치로 대다수 기업이 러시아 군산복합체와의 거래를 단절하리라는 게 미국의 기대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경제가 (러시아보다) 훨씬 더 크고 미국 화폐는 전 세계에서 사용된다”며 “거의 모든 은행이 러시아 군산복합체에 소량의 상품을 계속 판매하는 것과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연결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미국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타깃은 중국 은행이 될 전망이다. 서방 금융기관이 러시아에서 대거 철수하며 러시아의 중국 은행 의존도가 커졌고, 러시아에 대한 중국 은행의 위안화 대출이 크게 확대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윌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미 CNBC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의 은행들이 새 행정명령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 전쟁 기계 톱니바퀴 장치에 모래를 넣어 공급망을 해체하는 게 우리 목표”라며 “미국과 유럽 정부 관할권 밖의 금융기관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해외 금융기관 대상 제재 강화와 더불어 제3국에서 가공된 러시아산 해산물이나 다이아몬드 제품 등의 수입 금지도 포함됐다. 이 조치는 대상 품목이 결정된 뒤 시행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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