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등으로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자칫 급성 췌장염으로 고생하게 된다.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면 대부분 극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이 시작되고 30분 이내 통증이 심해지면서 호전되지 않고 몇 시간에서 며칠간 지속된다. 그 외 구역,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췌장은 소화 효소를 분비해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한다. 과도한 음주를 하면 췌장 세포가 파괴되면서 염증이 생겨 급성 췌장염이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이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과음하면 췌장이 알코올 대사를 위해 췌장액을 과다 분비하고,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다 배출되지 못하면서 췌장으로 역류해 췌장 세포가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 췌장염의 주증상은 복통이다. 경미한 통증부터 극심한 통증까지 다양하다. 명치나 배꼽 주변 상복부 통증으로 시작해 등쪽이나 가슴, 아랫배 쪽으로 뻗어 나간다. 똑바로 누워 있으면 통증이 심해져 옆으로 누워 웅크리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오동욱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이 등 뒤쪽에 있어 가만히 누워 있으면 더 심해지고 쭈그려 앉아 있으면 호전되는 증상을 보인다”며 “심하면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고 했다.
합병증으로는 췌장 괴사, 가성 낭종, 췌장 농양, 담관 폐쇄, 다발성 장기부전 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폐와 심장, 간 등 다양한 장기 기능이 동시에 떨어지는 다발성 장기부전은 급성 췌장염으로 인한 주요 사망 원인이 된다.
다발성 장기부전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혈액검사를 시행하고, 췌장과 주변 장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한다. 급성 췌장염이라면 혈액검사에서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 수치가 3배 이상 높아지고, 백혈구·혈당 수치도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금식해 췌장을 쉬게 하면서 수액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오동욱 교수는 “급성 췌장염 환자의 80% 정도는 치료받으면 며칠 안에 별다른 합병증 없이 회복되지만 20% 정도는 중증 췌장염으로 악화돼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급성 췌장염을 예방하려면 치료 후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급성 췌장염에서 완치된 뒤 술을 마시면 재발하기 쉽고, 췌장암의 주요인인 만성 췌장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과도한 음주로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black-out)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 뇌가 손상돼 알코올성 치매에 노출될 수 있다. 알코올에 의한 뇌 손상은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을 바꾸는 것 외에도 소뇌·뇌간 손상으로 떨림·비틀거림·안구운동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65세 미만 젊은 치매 환자의 10% 정도로 비교적 많지 않지만 음주 습관을 바꿔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습관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면 뇌 전두엽이 손상돼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띨 수 있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술 마시고 필름이 끊긴다면 알코올성 치매 위험 신호일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하고, 치료와 금주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과음은 알코올 지방간으로 이어지고 음주를 지속하면 20~30%가 알코올 간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알코올 간염인데 술을 계속 마시면 38~56%가 간경변으로 악화할 수 있고, 알코올 간경변 환자의 7~16%에게서 간세포암이 발생한다.
이 밖에 술을 자주 마시면 혈관 내 지방이 쌓이는데, 이로 인해 대퇴 골두에 혈액이 통하지 않는 무혈성 괴사가 생길 수 있다. 사타구니 통증이 있다면 대퇴 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할 수 있는데, 이 질환은 과음하는 20~30대 젊은 남성에게서도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