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대표적인 과일의 하나인 귤을 보면 먼저 떠오르는 영양소가 비타민 C다. 귤 한 개에 비타민 C가 30~40㎎ 이상 들어 있다고 한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2020년)에 따르면 성인(19세 이상) 남성과 여성의 하루 비타민 C 권장 섭취량은 100㎎이다. 이는 귤 3개만 먹어도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더욱이 귤만 먹고 사는 사람은 없기에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으면 하루 100㎎은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국민건강통계(2021년)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른 비타민 C 섭취 비율이 67.2%에 그쳤다. 2012년에 109.4%였던 비타민 C 섭취 비율은 9년 만에 42.2%포인트나 감소했다.
그뿐 아니다. 비타민 A 57.8%, 비타민 D 29.1%, 비타민 E 59.2%, 비타민 B₃(나이아신) 87.8% 등의 섭취가 부족했다. 다만 비타민 B₂(리보플라빈)는 121.1%, 비타민 B₁(티아민)은 101.7%로 기준을 넘겼다.
한국인 소득이 과거보다 늘면서 식탁과 먹을거리가 풍성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왜 비타민 섭취량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감소하는 것일까.
미국 하버드대 의대가 제시한 ‘하버드 건강 식단(Harvard healthy diet)’을 실천하려면 식사의 절반을 채소와 과일로 채워야 한다.
그리고 남은 절반을 다시 반으로 나눠 반은 통곡물, 나머지 반은 건강한 단백질(생선, 콩, 가금류, 견과류 등)로 채워야 한다. 여기에 물과 건강한 기름 정도를 더 먹으면 건강 식단이 완성된다.
하루에 먹는 음식 전체의 양에서 채소와 과일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 ‘하버드 건강 식단’의 핵심 메시지다.
한국인의 식단은 어떨까. 앞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채소와 과일을 500g 이상 먹는 한국 성인은 28.1%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인의 육류 섭취량이 쌀을 넘어선 최근의 식습관 변화와도 관련 있어 보인다.
밥으로 식사할 때는 나물 등 채소 반찬을 많이 먹었고, 이를 통해 비타민도 넉넉하게 섭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육류·배달 음식·가공식품 등을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채소와 과일 섭취가 상대적으로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비타민 C 부족 이야기가 나오면 종합 비타민이나 비타민 C 보충제를 먹어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국내 연구에 따르면 과일이나 채소를 통한 비타민 C 섭취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30%가량 줄였지만 비타민 C 보충제는 이런 효과가 없었다. 이 같은 연구는 그동안 국내외 학술지에 숱하게 발표됐다.
과일 속에 든 비타민 C와 비슷하게 인공적으로 만든 비타민 C 보충제도 비타민 C 부족으로 생기는 괴혈병 예방·치료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귤에는 비타민 C 외에도 플라보노이드 등 다양한 식물 화합물(phytochemical)이 들어 있다. 이런 식물 화합물은 비타민 C 보충제나 종합 비타민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하루 과일 5종, 채소 5종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과일·채소 섭취량을 늘리면 비만을 예방하고, 소금 과다 섭취의 부작용도 줄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