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뇌졸중’ 발병 연령 낮아지는데 병원 이송 시간 제자리

입력
2023.12.24 07:00
20면
[건강이 최고] 18~50세 환자, 전체 뇌졸중의 10~15% 차지

뇌졸중(腦卒中·stroke)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진 것(뇌출혈)을 말한다.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인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그런데 18~50세에 발병하는 ‘젊은 뇌졸중’ 환자도 전체 뇌졸중 환자의 10~15% 정도 차지한다. 젊은 뇌졸중 환자가 몸의 마비·언어 장애 등 후유증이 남으면 오랫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젊은 뇌졸중 환자는 기대여명이 짧은 고령인보다 질병 부담도 1.6배 이상 크다.

문제는 젊은 뇌졸중 발병률은 급증하고 있지만 치료 성적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김종욱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08~2019년 12년간 전국 17개 병원에서 모집한 젊은 뇌졸중 환자(18~50세) 7,050명을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뇌졸중학회지인 ‘스트로크(Stroke)’ 최근 호에 실렸다.

연구 결과, 젊은 뇌졸중의 평균 발병 연령이 지난 12년간 43.6세에서 42.9세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전용해제 투여율 △혈전제거술 시행률 △스타틴 투여율 △복합 항혈전제 사용률 등 최신 진료 지침에서 요구하는 치료 지표는 좋아졌지만, 사망률·기능적 회복률 같은 치료 결과 지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1년 내 재발률은 2011~2013년 4.1%에서 2017~2019년 5.5%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예후(치료 경과)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혈관 재개통 치료 지표 개선 수혜를 받은 환자가 20%에 그치고, 증상 발생 후 병원 도착 시간이 여전히 8.0시간(2008년 8.4시간)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뇌졸중은 빨리 치료할수록 뇌 손상을 줄이는데 12년간 병원 이송 시간을 거의 단축하지 못한 것이다.

뇌졸중 원인인 고혈압·당뇨병·부정맥(不整脈) 등의 인지율·치료율이 그대로이거나 악화된 점, 젊은 여성의 흡연율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배희준 교수는 “나이가 젊더라도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원인 질환을 앓고 있는지 미리 파악해 관리해야 하며,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응급 의료 시스템을 정비하고 국민들도 개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국내 사망 원인 4위인 뇌졸중의 예후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망 위험과 몸의 마비 등 후유증을 막기 위해서는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증상을 빨리 알아채 119에 연락해야 한다. 얼마나 빨리 뇌혈관 재개통 치료(항혈전제 투여, 혈전제거술)를 받느냐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대표적인 뇌졸중 의심 증상으로 ‘이웃·손·발·시선’ 등 4가지를 들고 있다. ①‘이~’하고 ‘웃’을 수 있는지 여부 ②두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는지 여부 ③‘발’음이 명확한지 여부 ④‘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지 여부 등이다. 이를 통해 안면마비와 편측마비를 진단할 수 있다.

이때 마비는 저리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근력 저하로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들 4가지 증상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119에 전화해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또한 뇌졸중 원인 인자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단 병원에 가야 한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식습관 개선과 운동 등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인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규칙적인 유산소운동과 스트레스 조절하기, 염분 섭취 줄이기가 필요하다. 서구적인 식습관 및 비만 증가로 당뇨병·이상지질혈증이 늘어나고 있는데 단당류 위주 나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동물성·트랜스 지방을 피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