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기술 수출 통제' 카드 빼든 중국...자원 무기화 속도전

입력
2023.12.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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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채굴·선광·제련 기술 수출 금지
미국 공급망 압박에 자원 통제권 맞불

중국이 주요 전략 물자인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 금지를 결정했다. 올해 들어 각종 광물 수출을 제한한 데 이은 조치다. 미국의 공급망 압박에 맞서 전략 자원의 무기화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셈이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전날 '중국 수출 금지·제한 목록' 개정안을 발표했다. 2020년 판 목록을 갱신한 이번 개정안에선 기존 164개였던 수출 제한 품목을 134개로 줄였다.

반면 희토류 채굴·선광·제련 등을 수출 금지 폼목에 새로 포함시켰다. 또한 희토류 금속·합금 재료 생산기술, 일부 희토류 자석 제조기술 수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희토류 자체는 계속 선적할 수 있지만, 희토류의 상품화에 필수적인 주요 가공 기술의 해외 이전을 금지한 것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배터리, 의료기기 등 첨단 제품뿐만 아니라 레이더, 미사일, 전투기 제조에도 필수적이어서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고, 가공·정제 산업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희토류 생산은 물론 가공 기술까지 모두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역시 희토류 광산 개발로 중국산 비율을 10년 전 약 90%에서 지난해 70%까지 낮췄지만, 자국산 희토류조차 대부분 중국에서 정련한 뒤 재수입해 쓰고 있다. 미국 희토류 가공시설 개발업체 아메리칸 레어 어스의 돈 스와츠 대표는 "이번 조치는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중국의 시도"라며 "이제 경쟁의 막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군용과 민용 등 '이중 용도' 기술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출 통제 조치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제한 등 중국을 향한 미국의 공급망 배제 시도를 막강한 자원 통제력으로 상쇄시키겠다는 게 중국의 속내로 보인다.

실제 중국은 지난 8월 첨단 반도체 제조에 활용되는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을 금지했다. 10월에는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천연·인조 흑연 수출 통제도 개시했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과 게르마늄의 94%, 83% 정도를 각각 생산한다. 또 세계 총 흑연 생산량 중 중국산 비중은 67%에 달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몇 달간 중국은 안보를 수출 통제 이유로 들었지만,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무역 규제를 확대하자 이에 맞서기 위해 광물 공급망 지배력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