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재판거래 논란… 한일관계 암초 만난 외교수장

입력
2023.12.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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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해외파견-강제동원 '의견서 제출' 조율 당사자
외교관 출신 김앤장 인사 면담도…재판 논의도
조태열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할 것"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최대 복병이 될 전망이다. 그가 2017년 사법계를 뒤흔든 '재판거래 의혹'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외교수장이 한일관계 이슈로 인해 휘청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28일 추가로 예정돼 있는 점도 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벼르며 조 후보자를 압박하고 있다.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위원회는 22일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조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의에 "구체적인 내용은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청문회 이전에 별도로 답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최대한 시간을 두고 숙고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판사들 "재판 거래 아니다"고 했지만…강제동원 판결 일정·법관 해외파견 논의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이던 2015년 6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만나 강제동원 재판 진행과정과 관련 계획을 논의했다. 재판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대목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조 후보자는 사법농단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사"라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확보한 법원 내부 문건과 관련자들 진술에 따르면, 임 전 차장과 조 후보자는 '외교부가 법정조언 제도를 활용해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회부 등 절차를 진행한다'는 취지로 논의했다. 강제동원 소송으로 일본과의 외교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판단한 외교부의 입장을 법원이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처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법관을 주오스트리아 대사관에 파견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법원행정처는 실제 2017년 6월부터 주제네바 대표부에 법관을 보냈다. 검찰은 이를 '재판거래'의 핵심 정황으로 제시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다만 조 후보자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년 1월과 2월 관련 혐의에 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어 조 후보자로 언제 다시 불똥이 튈지 모른다. 검찰은 지난달 임 전 차장의 1심 결심공판에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재판에서 정부와 은밀히 소통하며 개입했다"며 외교부와 법원의 거래를 기정사실화했다.

강제동원 손배소 중 외교관 출신 김앤장 고문과 접촉…이해충돌 논란도

조 후보자는 재판과정에서 일본 피고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외교관 출신 고문을 만난 부분도 청문회의 관전 포인트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 공판에서 김앤장 고문으로 강제동원 대응팀에 속했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조 후보자를 만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만난 자리에서 강제징용 이야기를 조 차관이 제게 해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강제동원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외교부도 사건의 관련자'라며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조 후보자와 김앤장 측의 면담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볼만한 대목이다. 민주당 외통위 관계자는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조만간 관련 질의를 청문회 준비단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