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거액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BNK경남은행 간부 이모씨의 횡령액이 총 3,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을 화수분 삼아 장기간 돈을 빼돌린 이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고급 빌라에 거주하면서 각종 명품을 구매하는 등, 한 달에 7,000만 원이 넘는 돈을 쓰며 초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이희찬)는 21일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씨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금 1,652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9월 구속기소될 당시 횡령액(1,437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총 3,089억 원의 횡령액이 최종 확인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시행사가 대출을 요청한 것처럼 가짜 문서를 꾸며 대출금을 횡령하거나 △시행사 명의 출금전표를 위조해 대출원리금 상환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3,000억 원대 횡령 범행을 일삼았다. 2014년부터는 고등학교 동창인 한국투자증권 직원 황모(구속기소)씨와 함께 더 대범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빼돌린 자금 중 2,711억 원을 'PF 대출금 돌려막기'에 활용하면서, 나머지 378억 원은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 돈으로 이씨와 가족은 삼성동 빌라에 거주하며 각종 명품을 구입하는 등 생활비에만 117억 원을 사용했다. 약 14년간 월평균 7,000만 원, 하루에 약 233만 원을 쓴 것이다. 이밖에 △부동산 구입에 83억 원 △골드바 등 은닉재산 구입에 156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유학비를 위해 14억 원을 해외로 송금하거나, 투자이민을 위해 해외업체에 7억 원을 예탁하기도 했다.
돈세탁 등 범죄수익 은닉에는 온 가족이 동원됐다. 자금세탁 전과가 있던 친형 A씨는 이씨의 횡령 규모가 커져 혼자선 자금세탁을 하기 버거운 상황에 이르자, 전문 자금세탁업자를 소개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탁된 범죄수익은 골드바 구입에 쓰였고, 오피스텔 3곳에 분산·은닉됐다. 이씨의 아내는 횡령 범행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횡령액 일부인 4억 원을 인출해 주거지 내 김치냉장고 김치통에 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씨의 해외 예탁금, 골프장 회원권, 부동산 등 52억 원을 추징보전하고 83억 원 상당의 골드바를 압수하는 등 총 187억 원의 범죄피해 재산을 확보했다. 이씨의 형, 아내, 자금세탁업자 7명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경제사범과 자금세탁업자의 불법적 공생관계를 확인하고 범죄수익 은닉 행태를 규명했다"며 "앞으로도 불법 경제사범 엄단과 범죄수익환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