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꺾어주겠다"며 돌 지난 영아 폭행해 숨지게 한 생모와 공범들 혐의 인정

입력
2023.12.21 17:29
생모·공범들 첫 재판서 혐의 인정
구둣주걱이 부러질 때까지 때려

"기를 꺾어주겠다"며 친모와 함께 돌을 갓 지난 영아를 지속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공범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29)씨와 B(26)씨의 변호인은 21일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최석진)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범행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지난 8월부터 지인 C(28)씨 모자를 집으로 데려와 생활해 왔다. 그러던 중 C씨가 생후 13개월 된 아들 D군을 훈육하는 방식을 지켜보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기를 꺾어줘야 네가 편하다"며 함께 때리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9월 8일 승용차 안에서 D군의 발바닥과 머리 등을 여러 번 때리는 등 이후 D군을 학대했다. 이들은 밤에 잠을 자지 않거나 보챈다는 이유, 혹은 낮잠을 오래 잔다는 이유 등으로 D군을 태블릿PC, 철제 집게, 멀티탭 선 등으로 폭행했다. 9월 말부터는 학대 흔적이 다른 사람에게 눈에 띄지 않도록 나무 구둣주걱으로 D군의 허벅지를 집중적으로 때렸다. 이 과정에서 구둣주걱이 부러지기도 했다. 무차별 폭행으로 지난 10월 4일 피해 아동이 숨을 쉬지 않자 친모인 C씨는 대전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의료진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으나 D군은 저혈당성 쇼크로 사망했다. D군이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이들은 1시간 넘게 방치하다가 뒤늦게 병원으로 데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정에 처음 선 A씨는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구둣주걱 등으로 주로 허벅지를 때렸다는 사실에 대해 “발바닥 위주로 때렸고 다양한 도구를 쓰지도 않았다”고 일부 부인했다.

D군에 대한 무차별 학대는 얼굴과 몸에 남아 있는 심한 멍 자국을 발견한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D군이 영아이고 집에서만 지냈기에 사망할 때까지 경찰과 지자체 등에 아동학대 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생모 C씨만 구속기소됐지만, 추가 수사 과정에서 B씨와 C씨도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뒤늦게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C씨 사건과 이 사건을 병합해 다음 달 25일 증거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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