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졸업식 때 특정 학생에게 주는 '교육감 표창' 부활을 놓고 강원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21일 강원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착오적 과잉의전에 매몰돼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과거로 퇴행하는 강원교육청과 교육감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강원교육청이 지난달 30일 졸업생 표창 계획을 담은 공문을 시군 교육지원청에 내려보내 5년 만에 교육감 표창 부활을 공론화하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음 달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본교섭에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온라인에서 진행한 졸업생 교육감 표창 추천 반대 서명에 강원지역 교사 1,122명이 참여했다”며 “서명부를 곧 강원교육청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원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는 지난 2018년 협약(제34조)을 근거로 졸업생 대상 교육감ㆍ교육장 표창을 폐지했다. 외부기관에서 주는 표창은 폐지를 권고했다. 성적을 잣대로 한 서열화 우려와 수상자 선정과정의 공정성, 모두가 축하받아야 할 졸업식에서 특정 학생에게만 상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전교조 출신 민병희 교육감과 전교조의 입장이 거의 일치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신경호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 교육감은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생들의 동기부여 차원에서 졸업 포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신 교육감은 올해 2월 횡성 민족사관고 졸업식 다음 날 SNS에 “도지사와 강원도의장, 횡성군수, 안흥면우체국장은 졸업생에게 상(賞)을 줬지만 교육감은 없었다”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졸업생들에게 상을 못 준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적었다. 이후에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어린이날 교육감 표창 하나 주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 나갈 생각”이라며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때 다시 한번 논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날 회견에 나선 전교조는 “(교육감의 주장처럼) 단체교섭을 통해 학생 성취에 대한 격려, 동기 부여를 위한 표창을 금지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강원교육청은 백일장과 창작영상제 등 각종 경기, 경연대회에서 학생 격려를 위한 교육감 훈격의 표창을 계속 수여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폐지돼야 할 것은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할 졸업식에 가장 우수한 학생 한 명만을 선발, 맨 앞에서 표창을 주는 퇴행적 관행”이라며 단체협약 준수를 압박했다.
이에 강원교육청은 “일방적으로 교육청에서 졸업식 때 교육감 표창을 폐지하는 것은 일선 학교에 대한 자율성 침해이자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 비민주적인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졸업식 시즌이 시작되는 다음 달까지 교육감 표창 부활을 둘러싼 교육청과 전교조 간 갈등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