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 테러'를 한 뒤 사흘 만에 체포된 10대 2명이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돈을 주고 낙서를 사주한 배후 수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0일 전날 검거한 경복궁 첫 낙서범 임모(17)군과 김모(16)양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조사했다. 연인관계인 두 사람은 앞서 16일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반복적으로 남긴 혐의를 받는다.
임군은 19일 오후 경기도 자택에서 체포된 직후, 김양은 조사 중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김양이 직접 낙서를 하지 않았지만, 임군과 범행을 계획하고 현장에 동행한 점을 고려해 공범으로 판단했다.
두 사람은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신원미상 인물의 제안을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불상자가 지시해 경복궁 등 지정된 장소에 지정된 문구로 낙서를 하자, 두 차례에 걸쳐 10만 원이 입금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낙서에 등장한 사이트는 물론, 전혀 무관한 인물이 임군에게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 등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수사하고 있다. 제안을 한 이는 임군 등과 소통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탈퇴하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군의 범행을 모방해 17일 경복궁에 낙서하고 자수한 20대 남성 A씨 조사도 진행 중이다. A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 "문화재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범행이 경찰에 이미 발각돼 자진출두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날 오전 블로그에 "죄송하지 않다. 난 예술을 한 것뿐"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여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진술 진위 여부 등 그를 조만간 다시 불러 추가 조사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