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2차 휴전 '청신호'?… '인질 40명 석방-일주일 휴전' 거론

입력
2023.12.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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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어 2차 휴전 협상 재개 움직임
"하마스 지도자도 협상 위해 이집트행"
협상 논의 별개로 "이, 군사작전은 계속"

7일간의 짧은 휴전이 끝나고 전투를 재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청신호가 잇따라 켜졌다.

전쟁 의지를 굽히지 않던 이스라엘이 '인질 약 40명 석방을 대가로 한 일주일간 휴전'을 하마스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일시 휴전 이후 이스라엘이 휴전을 입에 올린 건 처음이다. '전면적 휴전 없이는 인질 석방도 없다'고 천명했던 하마스 역시 물밑에서 협상에 나선 움직임이 포착됐다. 사실상 양측 모두 휴전 협상 재개를 타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휴전이 타결되더라도 국제사회가 촉구하는 장기휴전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도 여전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계속 쥐고 있다.


'자국 인질 오인 사살' 궁지 몰린 이스라엘 "휴전 준비돼"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현지 주재 중인 80여 개국 대사들과 만나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위해 또 한번의 인도적 휴전과 추가적인 인도적 구호를 허용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인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군사작전'이라던 기존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는 지난 15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자국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한 사건 탓이 크다. 이후 휴전 협상에 나서라는 국내외 압박이 더 커졌다.


하마스 소탕 작전을 줄곧 지지해온 미국의 입장 변화도 주효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 찬성 또는 기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앞서 10월과 이달 초 두 차례의 휴전 촉구 안보리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제사회 비난에도 불구하고 결의안 채택을 거부하면서 이스라엘 편에 서왔다.

하지만 미국도 달라졌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적 필요 해결을 지지하는 결의는 환영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 결의안을) 건설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결의안 찬반 여부는) 최종안의 내용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 동의한다면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적 교전 중단이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인질 40명 석방에 일주일 휴전' 제안… 하마스 지도자도 출국

구체적인 협상 재개 정황도 속속 전해졌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2명 등 소식통을 인용,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약 40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최소 일주일의 휴전을 중재국 카타르를 통해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TOI도 이스라엘 측이 여성, 노인, 병든 인질 등 30~40명 석방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일시 휴전 당시 이스라엘 인질 105명이 풀려났지만, 여전히 129명가량이 하마스에 억류돼 있다.

앞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과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가 1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회동하면서 협상 재개 기대감을 끌어올린 바 있다. 다만 익명의 소식통은 "이들 3명이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을 탐색하고 논의했다"면서도 협상 재개가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카타르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 재개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요구하는 것과 전쟁을 끝내라는 요구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도 20일 휴전 협상을 위해 이집트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하니예는 휴전,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맞교환 협상 등을 놓고 압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GNI) 국장 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협상 재개 가능성에도… 이 "목표 달성까지 군사작전 계속"

휴전 논의 재개와 별개로 이스라엘은 이날도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격을 이어갔다. IDF는 이날 가자 남부의 마을을 공습해 최소 45명이 숨졌다고 AP는 전했다. 가자 중부 지역에서도 공습으로 14명이 사망했다. 가자 북부의 알아흘리 병원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운영을 중단했다. 파델 나임 알아흘리 병원장은 "이번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사망했으며, 주변 거리에도 부상자 수십 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인근 부대를 방문해 "가자 남부에서는 군사작전이 수개월 걸릴 수 있다"며 "목표 달성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는 최소 1만9,667명이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인은 1,140명이다.

권영은 기자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