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녹아든 스토리의 힘
곶감, 산천어, 머드, 불꽃, 그리고 김광석… 생뚱맞은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을 지역으로 이끄는 축제로, 혹은 콘텐츠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 1,000개가 넘는 지역축제가 연중 개최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 특산물 판매를 많이 하는 데 목적을 두거나 스치는 발걸음에만 집중한다면 지속가능성에서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임금께 진상하던 곶감은 어떠했는지 고민해 콘텐츠를 만드는 상주, 매년 100만 명이 찾는다는 산천어 축제와 연관해 겨울의 각종 볼거리·즐길 거리를 집합한 화천, 풍부한 해양자원으로서의 갯벌과 머드를 연관한 보령, 불꽃과 음악이 어우러진 스토리를 만드는 여의도, 그리고 골목골목 그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대구 김광석 거리까지… 상품과 이야기가 만나 지역이 더 풍부해지고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된다.
비단 지역만이 아니다. 제품에도, 쇼핑몰에도 저마다의 차별화되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물건의 브랜드나 성능보다 사람들을 이끄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물건과 지역을 비롯해 다양한 시공간에 스토리를 만들고 입히는 사람들이 바로 상품 스토리텔러, 혹은 공간 스토리텔러다.
경험과 가치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기호 반영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사람들은 내용을 요약하고 키워드를 찾고 줄임말을 쓰고 모든 일상이 간소화되기를 희망하면서도 내가 가지는 것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기를, 그것을 가졌다는 것이 나를 표현하는 것임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함을 기업들도 알고 있다.
흔히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은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 혹은 창작자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스토리는 문화예술, 광고, 전시, 홍보 분야를 넘어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산업 전반, 그리고 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이야기산업 실태조사'에서 이야기, 즉 스토리를 제품 및 서비스의 기획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토리 활용에 대해 약 82% 기업에서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도움 내용은 '관련 상품/서비스/행사에 대한 흥미, 관심 유발'이 67.9%, '직간접적인 회사 매출 상승'이 52.7%를 차지했다.
백화점 앞에서 멈추게 하는 크리스마스 스토리
스토리텔러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판매되도록 고객 감성을 자극하고 기억될 만한 스토리를 발굴하며 다양한 콘텐츠와 연계해 상품화하는 일을 담당하는데 분야에 따라 상품 스토리텔러와 공간 스토리텔러로 나뉜다. 이들은 제품에서부터 지역 관광, 이벤트, 골목상점, 재래시장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스토리와 브랜드를 만들어 사람들의 경험에 가치를 입히는 일을 한다. 광고나 마케팅회사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스토리텔링 전문업체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 과목을 개설하고 있으며 지역활성화와 연관해 스토리텔러를 양성하는 지자체도 있다.
특정 영역의 스토리텔링이 전문화된 외국에 비해 아직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차별화된 경험과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기업과 지역, 그리고 그런 경험을 기억하고 싶은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의 스토리텔러 활약도 기대된다. 매년 명동에서의 화려한 영상과 쇼윈도 장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곳엔 그냥 백화점이 아닌 크리스마스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