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회장 선출 때 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유리하다는 논란이 일었던 제도를 없앴다.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의 하나라는 취지인데 최정우 회장으로서는 3연임 도전에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포스코홀딩스는 1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어 현직 CEO의 '셀프 연임' 규제 방안이 담긴 '포스코 형(形) 신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의결안은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다른 후보자들에 앞서 심사하는 현 이사회 세부 운영 규정(정관)을 폐지했다. 그 역시 처음 후보자가 된 인물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
또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추리는 역할을 하는 'CEO 승계 카운슬'도 사라진다. 그동안 CEO도 여기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현역 CEO가 연임할 뜻이 있는 경우 자신의 경쟁자가 될 후보들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라는 이유로 셀프 연임 논란이 일었다.
대신 현재 사외이사들로 꾸려진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추리고 심사한다. 더불어 외부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후보 인선 자문단'을 새로 만들어 이들의 평가 의견이 심사에 반영되도록 했다. 또 현직 최고경영자의 임기가 끝나기 3개월 전 다음 회장 선임 절차가 자동으로 시작된다. 포스코홀딩스는 21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CEO 후보추천위 운영을 의결할 예정이다. 의결안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이 같은 절차 변경을 두고 포스코홀딩스는 "회장 선임 절차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포스코가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하지만 CEO를 뽑을 때마다 정치권 등 외부 입김이 작용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컸다"며 "이번 개선안이 실행된다면 기존보다는 보다 투명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정권이 입맛에 맞는 새 CEO를 포스코 회장에 앉히는 데 악용될 소지도 있으니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게 박 위원장의 문제 제기다. 이번 제도 변경으로 CEO 후보추천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전원이 최 회장 임기 중 선출된 인사여서 이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해도 최 회장과의 연관성을 두고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한편 이날 일본제철이 미국 산업화를 이끈 US스틸을 18조 원이라는 큰돈을 주고 사들이면서 세계 철강시장에서 라이벌로 꼽혀 온 포스코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이날 회의를 열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이후 상황을 살폈다. 일본제철이 이날 122년 역사의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4,000억 원)에 매수한다고 공식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북미 시장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포스코와 '숙명의 라이벌' 일본제철의 경쟁 구도도 변화가 예상된다. 세계철강협회가 2월 발표한 '2022년 조강 생산량' 기업 순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세계 4위(4,437만 톤), 포스코는 세계 7위(3,864만 톤) 수준이다. US스틸을 품으면서 일본제철은 세계 3위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포스코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US스틸은 조강 생산량 세계 27위(1,449만 톤)다. 철강은 판매처를 가까이 두는 경우가 많은 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비롯해 무역 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철강을 만들 수 있게 된 일본제철과 비교하면 포스코는 북미시장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는 특히 북미시장 판매 확대와 현지화 전략 강화 등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