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세상의 모든 길,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 국민의힘 총선 이끄나

입력
2023.1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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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 비대위원장 우려에 우회적 반박 
'윤석열 아바타'에 "맹종한 적 없어"
김건희 여사 논란도 공격적으로 바뀌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면 길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한 장관을 향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반대 논리에 응수한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 참여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누구를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차별화를 강조했고, 김건희 여사 논란도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비대위원장 자격에 의구심이 붙었던 사안에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한 장관이 국민의힘을 이끌 시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 경험 부족에 자신감으로 응수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관련 질문들에 답했다. 한 장관은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중국 문호 루쉰의 소설 '고향'의 한 대목을 인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장관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비판에 더 직접적으로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약점으로 꼽힌 정치 경험 부족을 자신감으로 받아넘겼는데,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비대위원장 자리를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윤석열 아바타?' "맹종 안 한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도 차별화로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윤석열 아바타'라는 야당 비판에 대해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누구를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우려되는 '수직적 당정관계' 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한 셈이다.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지난해에도 "(윤 대통령과) 같이 일할 때 연에 기대거나 서로를 맹종하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도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아닌 건 아니다'라고 보고하는 관계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발언도 연상케 했다.


"김건희 특검은 악법, 명품백 논란은 몰카 공작"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소극적이었던 김건희 여사 관련 답변도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주도로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유력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딱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라며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다"고 비판했다. 그간 김 여사 관련 논란은 대통령실도 침묵으로 일관할 정도로 여권 내에서 '금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장관도 지난 6일 김 여사 논란 질문에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날은 민주당을 고리로 비교적 선명한 입장을 시사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오를 경우 가장 먼저 맞닥뜨려야 할 현안이 김 여사 논란인 만큼, 이를 두고 민주당과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비대위원장 선임을 위한 국민의힘 행보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0일에도 당 상임고문단으로부터 비대위원장 관련 의견을 듣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한 장관 입장에서 우회적으로 비대위원장 제안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며 "비대위원장 추인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손영하 기자
배시진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