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이민자 혐오 발언에 대해 내린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 뉴햄프셔주(州)에서 열린 선거 유세 현장에 참석해 “이민자가 우리나라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반(反)이민’ 정서가 퍼져 있는 보수 진영의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극단적 수사(修辭·rhetoric)라는 점에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얼마 전 독일 나치정권에서 썼던 표현을 사용해 비판받은 적이 있으면서도 또다시 나치의 언어를 입에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에도 그는 한 인터뷰에서 “불법 체류자들이 우리나라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당시 역사학자들은 ‘오염’ 표현을 두고 “나치 지도자였던 아돌프 히틀러가 사용했던 용어”라면서 경악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정적들을 “해충”이라고 불렀는데, 이 역시 히틀러가 유대인 대상 폭력을 부추기기 위해 사용했던 단어였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발언이 파시스트 언어에 뿌리를 둔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동일한 표현을 거듭 반복한 것”이라며 “첫 번째 언급 때보다 훨씬 더 소름 끼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선 전후에도 반이민 발언을 쏟아낸 점에 좀 더 주목했다. 2015년 6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는 멕시코 이주민들을 겨냥해 “미국으로 마약과 범죄를 가져오고 있다. 그들은 강간범이다”라고 폭언했다. 2017년 1월 대통령직에 취임한 이후에도 카리브해 국가인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을 “모두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걸렸다”고 매도했다. 서류 미비 입국자들에 대해선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동물이다”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따라서 문제의 발언은 그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게 WP의 진단이다. 신문은 “이민자와 무슬림, 소수 인종에 대한 트럼프의 오랜 혐오 발언 중 하나일 뿐”이라며 “트럼프의 가장 추악한 순간”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미국 보수 진영 일부에선 ‘엄호 사격’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미국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브라이언 킬미드는 18일 관련 뉴스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은 표현 자체를 지적하지만, 우리는 미국 국경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아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