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가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린 정직 징계가 절차적으로 잘못돼 취소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심준보 김종호 이승한)는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19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추미애 장관 시절인 2020년 12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세 가지 사유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2021년 10월 정치적 중립 훼손을 제외한 징계 사유와 징계 절차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추미애 전 장관이 '징계청구자는 사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검사징계법을 어겼다고 짚었다. 추 전 장관이 1차 징계 심의기일을 2020년 12월 2일에서 같은 달 10일로 변경했는데, 이는 사건 심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위법하게 강행한 것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징계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징계청구자(추미애)는 사건 심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심의기일 지정은 징계혐의자(윤석열)의 방어권 행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징계 의결 과정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추 전 장관이 1차 징계 심의기일 직전에 정환중 변호사를 징계위원으로 위촉한 데 이어 위원장 직무대리로 지정한 과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징계를 청구한 뒤에 징계위 구성을 변경하는 건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한다"며 "징계청구자라는 '당사자' 지위에 있는 장관이 '판단기관의 구성권자'로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 변호사를 위원장 직무대리로 인정할 수 없기에 징계위 개최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위를 열기 위해선 위원장 포함 위원 과반수가 출석해야 하는데, 위원장 직무대리가 부적법 절차에 따라 지정됐기 때문에 '위원장 포함 과반수'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징계위원들에 대한 윤 대통령의 기피신청을 징계위가 자의적으로 기각하고 징계한 것도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도 내렸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징계 과정에서 방어권을 침해받았다고 지적했다. 징계위가 심재철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작성한 진술서를 징계의 주요 증거로 채택하고도 이를 탄핵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증인 심문 청구를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각했고, 대체할 탄핵수단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결국 징계가 절차적 정당성부터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항소심은 징계 사유의 적절성에 대해선 따로 따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은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정치권과 권력이 결탁했고, 부주의하게 속은 일부 언론이 과신한 결과로 만들어진 사건이었다는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게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현 상황에서 원고(윤 대통령)와 피고(한동훈 법무부)가 사실상 한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동훈 장관은) '패소할 결심'의 시나리오, 연출, 배우였다"며 "연기 마치느라 수고하셨다"는 글을 올렸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 소송 피고 자격을 이어받은 한 장관은 "상고 여부는 판결문을 받아보고 절차에 따라 진행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