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는 기정사실이고 국민연금 기금 고갈은 시간문제다. 피할 수 없는 연금개혁을 위해 세대 간 타협과 양보가 요구되지만 현실에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위 세대보다 더 내고도 덜 받을 거라는 우려에 청년세대는 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이 크다.
한국일보의 연금개혁 중간 평가에 응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미래의 주역인 청년층이 국민연금 영속성을 신뢰할 수 있게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연금 제도에 대한 투명한 정보 제공을 강조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금 소진 시 후세대가 메워야 하는 국민연금 '미적립부채'를 비롯해 공무원·군인연금 등 직역연금까지 아울러 관련 정보를 가감 없이 내놓고 설득해야 한다"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보험료를 조금 더 내면 조금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키우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도 "국민연금은 내가 낸 보험료가 기금에 들어가 쌓이고 수익이 붙어 나중에 돌려받는 게 아니라, 내 보험료가 바로 다른 사람의 급여로 지급되는 방식"이라며 "결국은 부과식인데 이런 점들을 정부가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짚었다.
지금처럼 '국가가 책임지고 지급한다' 수준을 넘어 보다 선명하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청년들은 미래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정부 약속을 그다지 믿지 않기 때문이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몇 퍼센트 이상은 절대로 올리지 않을 테니 동의해 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직접 담화라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연금은 만 60세까지 의무가입이고 수급 개시 연령은 이보다 몇 년 뒤(올해 63세, 2033년에 65세)라 '소득 절벽' 기간이 발생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 결합' 방안에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년 연장이 대기업 등 일부 정규직과 공공 부문에만 해당돼 되레 노후 소득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그래도 한국은 2009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60대 고용의 문제는 불안정한 지위와 저소득인데,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의 중심부에 있는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 상향과 맞물려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는 정년 연장이 아니라 계속고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