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 수수 의혹으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가방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공개돼 사건의 사실관계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특징 때문에 엉뚱한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여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고 가방을 준 사람만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고발 사건을 최근 형사1부(부장 김승호)에 배당했다.
해당 의혹은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최재영 목사가 이달 6일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이다. 서울의소리 측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9월 13일 최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디올(DIOR) 명품 가방을 선물받았다"며 해당 영상을 지난달 27일 공개했다.
김 여사가 진품 디올 가방을 받은 것이 맞다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청탁금지법은 형법상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100만 원을 초과한 금품 수수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수수 여부와 금품 가액만 확인되면 입증이 쉽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물증(영상)이 존재해 수수 사실 자체에 다툼이 없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여기서 문제는 청탁금지법이 배우자 수수 금지만 규정할 뿐, 배우자 처벌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공직자 배우자에게 금품을 준 공여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 여사가 가방을 받았더라도 처벌을 면하고, 이를 준 최 목사 혹은 서울의소리 측만 처벌받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청탁금지법의 이런 맹점은 김 여사의 엄벌을 요구하는 야당 측도 이미 알고 있다. 앞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신고 및 금지하는 의무 조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점은 제도의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배우자 처벌 조항을 추가한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해당 가방의 진품 여부부터 파악할 것으로 본다.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가품(100만원 이하)으로 판정될 경우, 별도 수사 없이 무혐의 종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신고나 반환 여부 역시 수사 대상이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안 공직자는 이를 지체 없이 반환하거나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이 '함정취재' 논란을 판단할 수도 있다. 문제의 영상은 최 목사가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고, 선물은 서울의소리 측이 준비했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금품 공여자가 수수자를 처벌해달라며 고발한 희한한 사건"이라며 "명확한 것은 공여자의 범죄행위지만, 공여자만 처벌할 경우 봐주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쉽게 결론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법대로 처리를 해도 여론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