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의 불출마 등으로 내년 총선에서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가 17일까지 11곳이다. 대부분 해당 지역구를 선점했던 각 정당에 유리한 지역이다. 역대 총선 때마다 무주공산 지역구는 주로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돼 왔고, 이번 총선에서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하지만 빈자리를 노린 예비후보들이 몰려들어, 공천 잡음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역 의원의 불출마와 의원직 상실, 지역구 이동 등으로 이날까지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는 정당별로 더불어민주당 6곳, 국민의힘 5곳이다.
먼저 민주당에서는 박병석(6선·대전 서갑) 의원을 비롯해 우상호(4선·서울 서대문갑) 오영환(초선·경기 의정부갑) 이탄희(초선·경기 용인정) 홍성국(초선·세종갑)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자리가 비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내리 3선을 지낸 서울 중구성동갑에서 서울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해당 지역이 공석이 됐다.
최근 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3선·부산 사상) 의원의 불출마로 주목을 받은 국민의힘은 앞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사생활 논란에 휩싸여 탈당한 황보승희(초선·부산 중구영도)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선교(경기 여주양평) 정찬민(경기 용인갑) 의원은 각각 올해 5월, 8월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일찌감치 자리를 비웠고, 하태경 의원(3선·부산 해운대갑)은 지난달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해 같은 당 현역인 최재형 의원과 신경전을 벌였다.
무주공산 지역구 대부분은 기존 현역 의원 소속 정당이 유리한 꽃밭이다. 이 때문에 12일부터 시작된 총선 예비후보 등록에도 해당 지역구 도전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실제 박병석 의원의 대전서갑에는 이날까지 민주당 소속으로 4명의 예비후보자가 등록됐다. 아직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고 몸을 풀고 있는 인사들까지 포함하면 민주당에서만 7, 8명의 도전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를 비운 경기 용인갑도 국민의힘에서 예비후보로만 5명이 등록했다.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 도전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역대 총선 때마다 무주공산 지역은 대부분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도부 입장에서는 현역을 자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빈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영입한 인재를 심을 수 있는 전략공천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며 터를 잡았던 도전자들 입장에선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천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당대표 측근들의 전략공천이 이뤄질 경우 반발은 더 거세질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대표가 측근 민경욱 의원을 살리기 위해 당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을 두 차례 번복하자 '호떡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활동을 마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도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혁신안으로 내놓았다. 결국 당 지도부가 무주공산 지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무주공산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분류해도 불만이 나오지 않을 만큼의 강한 인물을 내세운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