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택시기사가 술에 취한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알고 보니 이 기사는 이미 두 차례나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가 현행법상 택시기사 자격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규정에 여전히 큰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최재아)는 15일 택시기사 A(61)씨에게 준강간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하고, 법원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4일 오전 6시 20분쯤 서울 마포구에서 만취 상태로 택시에 탄 여대생을 모텔로 끌고 가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승객을 모텔에 데려다준 후 모텔비를 받기 위해 들어갔다가 소파에서 잠들었다"고 변명했지만, 현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더니 그가 모텔 방을 수차례 드나드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그는 동종 전과도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2006년 24세 여성 승객을 성폭행해 징역 3년을 살고, 2021년에는 강제추행죄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택시기사 자격을 취득한 이래로 이번이 세 번째 성범죄였던 것이다.
그런 A씨가 택시를 몰 수 있었던 건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성범죄자의 택시기사 취업제한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A씨처럼 2012년 8월 이전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출소 후 2년만 지나면 자격 제한이 풀린다. 게다가 벌금형은 아예 아무런 규제가 없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이 취업제한을 명령할 수 있는 대상 기관에도 '택시기사'는 빠져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택시기사 자격제한 제도 개선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밀폐된 상태에서 이동하는 택시의 특성상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이 높으나 국토교통부에서 택시기사 자격을 관리하는 규정에도 기간이나 횟수 등 구체적 절차가 명시돼있지 않다"면서 "입법적인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