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는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았다"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프랑스 간 대화·교류 중단 책임은 프랑스에 있다고 했던 푸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막을 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푸틴 대통령이 대화할 의지가 있고 분쟁 종식과 지속적인 평화 구축을 위해 진지한 제안을 한다면, 즉 국제법과 우크라이나의 이익과 주권을 존중한다면 그 제안에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러시아와 서방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중재를 해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푸틴 대통령과 한동안 꾸준히 접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노력을 거론하면서 "프랑스는 항상 도움을 줄 것이며,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푸틴 대통령의 이틀 전 언급 때문에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 겸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다시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 프랑스 기자의 질문에 "모든 교류를 중단한 건 마크롱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프랑스와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지만, 어느 시점에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와의 관계를 끝냈다"며 "그가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