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유럽에도 손을 뻗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에선 하마스 연루 용의자들이 유대인 겨냥 테러 모의 혐의로 잇따라 체포됐다. 성탄 휴가를 앞두고 유럽연합(EU)은 반유대주의 및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주의보를 내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은 이날 베를린에서 유대인 시설을 공격하려 한 하마스 대원 3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이집트 국적자로 이뤄진 이들은 하마스가 유럽의 유대인 시설을 공격할 의도로 준비한 무기를 베를린으로 들이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지원하던 50대 네덜란드 국적자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체포됐다. 네 명 모두 수년째 하마스에 소속돼 해외 작전에 투입됐고, 특히 하마스 핵심 무장 조직 알카삼 여단 지도부와도 가까운 사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에선 유사 혐의로 3명이 더 체포됐다.
같은 날 덴마크 경찰도 “해외 동맹국과 공조 수사를 거친 끝에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용의자 신원이나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덴마크 보안정보국은 이들을 ‘테러 행위를 계획하고 있던 집단. 다른 나라까지 여파가 있는 조직범죄를 저질렀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와 신베트도 이들을 두고 “하마스를 대신해 활동한 사람들이다. 유럽 영토에서의 하마스 기반이 노출된 것”이라고 했다.
이번 모의는 유럽을 노린 하마스의 첫 테러 시도였다고 WSJ는 짚었다. 하마스는 이미 유럽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지만, 유럽은 단순 자금 조달이나 물류 보관용 기지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난 10월 7일 기습 작전 이후 하마스는 이스라엘, 유대인 그리고 서방의 목표물을 공격하겠다는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특히 유럽에서 확장을 도모 중”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저지된 하마스의 테러 모의와 별개로, 유럽에 거주 중인 유대인과 관련 기관에 대한 공격은 전쟁 발발 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반유대주의연구소(RIAS)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부터 11월 9일까지 총 944건의 반유대주의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 29건꼴로, 2022년 동일 기간과 비교했을 때 320% 증가한 수치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도 빈발하고 있다. 2일 프랑스에선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하던 20대 이란계 프랑스인이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관광객을 흉기로 공격해 살해했다. 지난 10월 프랑스 북부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체첸 출신 학생이 교사를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두 피의자 모두 체포되기 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프랑스 매체 르몽드도 안보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와 선을 긋던 IS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형제들’과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EU는 크리스마스 기간 유럽에서 대형 테러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5일부터 주의를 당부한 상태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 당국도 각각 자생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뜻하는 ‘외로운 늑대’ 경계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