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정점’을 언급하며 내년 세 번의 인하를 예고하자 시장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한국은행도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당장 내년 상반기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많다.
14일 코스피지수는 1.34% 상승한 2,544.18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상승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도 1.36%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특히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4.5원 급락한 1,295.4원에 마감했다.
간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예상보다 더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의 5.25~5.50%로 세 번째 동결하면서 점도표상 내년 말 금리 수준 예상(중간값)을 5.1%에서 4.6%로 낮춰 잡았다. 현 수준에서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정점에 도달했거나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하 논의가 시작됐음을 인정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그동안 단행해 왔던 공격적 금리 인상 행진이 마침내 끝났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통화정책 대전환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7,000 선을 돌파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37%, 1.38% 올라 ‘산타 랠리’를 시현했다. 이날 아시아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 아래로 떨어져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한 겹 걷히면서 한은도 추가 긴축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됐다. 그러나 금리를 서둘러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계 빚이 계속 늘고 물가 상승률 목표(2%) 수렴 시점도 늦춰지는 상황에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서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2분기로 보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수출 개선 흐름이 이어진다면 한은은 우선 연준의 금리 인하를 지켜본 뒤 7월 정도부터 세 차례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도 단기간 내 코로나19 이전의 금리 환경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일부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브리핑에서 “연준 통화정책이 변한다고 우리 통화정책과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현재로선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한다는 정책 방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역시 △물가 상승률 목표 안착 불확실성 △가계 및 기업부채 증가 상황 등을 향후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으로 꼽으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주기가 대체로 종료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이나, 높은 수준의 금리가 시장 기대보다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