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4일 비상대책위 전환을 공식화했다. 전날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비대위 성패의 관건은 당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을지에 달렸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실력이 있는지,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이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유력 후보들의 장단점을 저울질하며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중진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연달아 주재한 뒤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 총선 승리라는 지상 과제를 달성할 능력과 실력을 갖춘 분을 기준으로 (비대위원장을) 물색해 보겠다”며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선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5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다음 주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전망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한길 위원장 이름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기존 김기현 대표는 원칙주의적인 느낌이 강했다"며 "그와는 다른, 좀 중도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의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어떤가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윤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지적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대통령이 낙점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당이 우스워졌다는 증거"라며 "바뀌어야 할 것은 용산(대통령실)이고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민주당 대표를 지낸 김 위원장이 보수 정당에서 제대로 융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원희룡 장관은 정치 경험이 많고 당내 사정을 잘 안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기간 원 장관 지지모임인 ‘희망오름 포럼’에 국민의힘 의원 47명이 참석하며 현역 아군의 세를 과시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험지 승부를 예고해 ‘희생’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초대 장관으로 '친윤' 색채가 강하고 후임 장관 인사청문회에 앞서 장관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름도 꾸준히 거론된다. 다만 이제 정치 입문 단계라는 점에서 비대위원장보다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유권자와 접촉면을 넓히는 다른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용호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비대위원장은 '가오(얼굴) 마담'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요한 전 위원장도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혁신의 최대 걸림돌이던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물러나면서 기세가 한껏 오른 상태다. "중도 확장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안철수 의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주류와 각을 세워왔지만 국민의힘 지지자의 65%, 보수층의 57%가 인 전 위원장을 긍정 평가(한국갤럽, 11월 21~23일)할 정도로 여론이 반응하고 있다.
다만 정치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 전 위원장이 원 장관 등과 함께 공동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윤 권한대행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공동비대위원장보다는 한 분이 하는 것이 조직을 운영하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이들이 향후 공천관리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이외에 공관위원장에는 이명재 전 검찰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이 물망에 올랐다. 윤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상 (내년) 1월 10일까지 공관위가 구성돼야 하고 규정을 지킬 것"이라며 "(공관위, 선대위 등을) 어떤 순서로 구성할 것인가도 새 비대위원장이 여러 의견을 들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