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의 전격 사퇴로 총선을 4개월 앞둔 여당이 리더십 공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내년 4월 총선은 비상대책위원장 간판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 누가 맡을지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겠지만 분명한 건 당대표 사퇴만으론 여권에 등 돌린 민심을 다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 큰 변화로 혁신 동력을 키워야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당대표 사퇴가 등 떠밀린 ‘장고 끝 악수’란 평가가 이를 증명한다. 김 전 대표는 지역구(울산 남구을) 출마 여부를 언급하지 않아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불씨마저 반감시켰다.
국민의힘이 환골탈태를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는 것은 그간 역사가 말해준다. 3% 지지율로 당권레이스를 출발한 김기현 후보는 ‘당정일체’를 모토로 했고, 사실상 대통령실에 의지해 당선됐다.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총질’ 등 이유로 몰아내고 탄생한 ‘김기현 지도부’에서 여당은 ‘용산출장소’로 굳어졌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과 참패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어떤 목소리도 개진하지 못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 전 대표는 혁신위를 띄우며 정치생명 연장을 도모했지만 막상 혁신위의 ‘험지출마’ 요구마저 일축했다. 지금 처지가 모두 사필귀정이 아닐 수 없다.
여권은 이제 사태 본질을 정면에서 마주할 때다. 집권 1년 7개월 만에 당대표 두 명이 중도 하차하고 세 차례나 비대위 체제로 내몰린 걸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비정상의 여당 뒤에는 항상 대통령실이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과 당정 관계를 되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비대위가 또 다른 용산 직할조직이 안 되려면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 없이 직언하며 총선을 이끌 적임자가 비대위원장에 발탁돼야 맞다. 이번마저 여론 대변 역할을 포기한다면 당장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등에 대해 수도권 출마 예정자들부터 전향적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함께 국민에게 쇄신의지를 입증해야만 총선 표심을 구애할 수 있다.